지난달 21일 경북 영천 괴연저수지의 둑을 감쌌던 콘크리트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날 새벽 시간당 30㎜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는데, 1945년에 축조된 낡은 콘크리트 벽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다.

국내 주요 인프라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노후화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둑이나 고층건물, 항만 등을 이루는 구조물의 특성상 붕괴되면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한번 무너지면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콘크리트 구조물의 수명을 늘리기 위한 연구를 최근 수십년간 진행해 왔다.

철근 부식으로 인한 교량 구조물 열화 사례

◆ 물에 취약한 철근…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은 탄성계수 낮아 상용화 걸림돌

일반적으로 거의 모든 콘크리트 구조물 속에는 철근이 들어간다. 콘크리트만으로 구조물을 쌓으면 외부에서 작용하는 힘을 견디지 못하고 쉽게 무너진다. 인체로 보면 뼈 없이 근육만 있는 셈이다. 콘크리트 속에 여러 개의 철근을 심어 수직과 수평 방향에서 가해지는 힘을 견디도록 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 빗물이나 강물 등이 구조물 틈새로 스며들어 철근이 녹슬면 철근 부피가 늘어나면서 콘크리트를 밀어내 균열이 생긴다. 또 부식의 영향으로 철근이 부서지면 콘크리트가 외부 힘을 버티지 못하게 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철근을 다른 재료로 바꾸려는 시도가 1980년대부터 추진됐다. 당시에는 주로 철근 위에 아연을 도금하거나 스테인리스 철근을 활용하는 방안 등이 검토됐다. 그러나 일반 철근보다 5배 이상 비쌀 만큼 경제성이 낮아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1990년대 철근 대신 탄소섬유나 유리섬유를 활용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특히 이중 유리섬유를 여러 가닥 꼬아서 만드는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GFRP)'은 부식 염려가 없고 저렴해 철근 대체재 역할을 할 것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미국 하와이제도 진주만에 있는 드라이독(선박 건조나 수리를 위해 선체를 독 위로 올릴 수 있게 한 시설)에는 GFRP 보강근이 적용됐다. 최근 캐나다 교통부는 퀘벡주 셔브룩시를 관통하는 교량 3개의 바닥판에 GFRP 보강근을 설치했다.

국내에서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2007년 경기도 고양시 도로교에 자체 개발한 GFRP 보강근을 시험시공한 바 있다. 한국해양연구원은 이 보강근을 항만구조물인 소파블럭에 적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GFRP는 탄성계수가 철근보다 4배가량 작다는 점이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탄성계수가 작으면 같은 힘을 받았을 때 더 많이 휘게 된다. 즉 동일한 힘에 철근이 1㎝ 휘면 GFRP는 4㎝ 휜다는 의미다. 구조물이 그만큼 더 많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자의 불안감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콘크리트 구조물에 넣는 철근 표면에 유리섬유를 입히는 방식으로 부식 문제를 해결했다.

◆ 부식과 탄성계수 동시 해결한 하이브리드 보강근 개발 중

최근에는 철근의 부식 가능성과 GFRP의 낮은 탄성계수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박기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SOC성능연구소 박사팀은 철근 표면에 유리섬유를 입힌 '하이브리드 보강근'을 콘크리트에 심는 기술을 최근 개발했다.

연구팀은 철근 없이 GFRP만 사용할 경우 탄성계수가 낮아져 상용화가 어렵다는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아예 철근을 유리섬유로 감싸는 방법을 택했다. 물과 철근의 만남을 유리섬유 코팅으로 차단해 부식을 방지했고, 탄성계수도 GFRP보다 3배 정도 크게 만들어 안정성도 확보했다.

연구팀은 이 하이브리드 보강근을 올해말 항만시설물 일부에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물에 직접 노출돼 있는 항만시설물이 2012년 기준으로 전국에 730개 이상이고 한해 평균 1400억원의 유지보수비가 들어간다.

박 박사는 "일반 철근보다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유지보수 비용을 20% 이상 줄일 수 있어 경제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건기연은 올해 3월 강섬유와 고성능 감수재, 실리카퓸 슬래그 등의 재료를 혼합해 일반 콘크리트보다 압축강도가 5배 이상 단단한 고성능 콘크리트를 개발하기도 했다. 철근심이 아닌 콘크리트 자체의 강도를 높인 방식이다.

건기연은 이 고성능 콘크리트를 인천대교나 서해대교와 같은 사장교 건설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량 건설에 적용할 경우 270㎜ 두께였던 기존 바닥판을 60㎜까지 줄일 수 있고, 무게가 가벼워지는 만큼 지탱하는 케이블 숫자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공사비를 20%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 박사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다양한 부식환경에 노출돼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유지보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구조물 수명 연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 개발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