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리무선통신(NFC)을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모바일결제를 시연하는 장면.

애플이 9일(현지시각) 발표한 전자결제 서비스 ‘애플페이(Apple Pay)’가 지불 방식의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신용카드 없이도 최신 아이폰에 손가락을 터치하는 것만으로 맥도널드 매장에서 햄버거를 사먹을 수 있다. 근거리무선통신(NFC) 칩과 지문인식기술 ‘터치ID’을 활용한 덕분이다.

애플은 이미 콘텐츠장터 ‘아이튠스’에 8억개의 고객 신용카드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카드, 유통, 콜택시, 소셜커머스 등과 손을 잡고 미국에서만 22만곳에서 애플페이를 쓸 수 있도록 했다.

신용카드와 지갑을 대체하겠다는 애플의 비전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은 기술과 인프라가 어떤 기업보다 탄탄하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애플페이가 전자결제 기업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지, 아니면 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역할을 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손가락 터치로 결제 '끝'…토큰화 기술로 데이터 유출 방지

애플은 애플페이를 다음달부터 시작하는데, 이미 유수 파트너를 확보했다. 대표적인 것이 어메리칸 익스프레스, 마스터카드, 비자와 같은 카드회사와 스테이플, 글로벌 콜택시 앱 ‘우버’, 레스토랑 예약 시스템 ‘오픈테이플’, 소셜커머스 ‘그루폰’ 등이다.

애플은 애플페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은행으로부터 거래당 수수료를 받는 사업모델을 추구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애플페이의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사용자가 보유한 최신 아이폰, 애플와치에 손가락을 가져다대면 지문을 인식하고 신용카드 정보를 불러와 결제가 진행된다. 애플은 토큰화(tokenization)라는 보안기술을 적용해 결제간 데이터 유출 위험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토큰을 이용하면 16자리로 구성된 신용정보를 대체, 수시로 복잡한 코드를 생성해 기기와 계정간의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 페이팔에 위협…전자결제 판도 바뀔수도

애플페이 출시 소식이 전해지자 전자결제 기업들은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터리서치의 데니 캐링턴 애널리스트는 “애플페이의 경험이 기존 서비스보다 낫고, 소비자들이 안전하다고 인식한다면 ‘페이팔(이베이의 자회사)’ 같은 기업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했다.

페이팔은 1억54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한데다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채택한다고 밝히는 등 미국 전자결제 시장에서 상당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애플페이의 진출이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전자결제 회사인 스퀘어는 애플페이와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잭 도시 스퀘어 최고경영자(CEO)는 “스퀘어와 제휴를 맺은 수백만 판매자들은 애플페이를 포함해 어떤 결제방식도 수용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페이팔은 애플페이와의 협력과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아직까지 내놓지 않고 있다. 애플페이를 자신의 파이를 빼앗는 경쟁자로 대할 것인지, 아니면 파트너로 대할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