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자율주행 무인자동차와 무인항공기인 드론은 전 세계적으로 화제다.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앞세워 무인 기술에서 주도권을 잡은 구글이지만, 아직까지 넘보지 못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바다다. 사람이 타지 않고 바다를 누비는 무인선박은 아직 개발에 성공한 곳이 없다. 미국 정부 산하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나 세계적인 선박용 엔진 제조업체인 롤스로이스 등 많은 곳이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거나 관심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온 적은 없다.
한국도 무인선박 개발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2011년부터 다목적 지능형 무인선 국산화 개발에 나섰다. 2016년 7월까지 5년간 200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무인선 자율운항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무인선박 기술 개발을 위해 무인 시험선인 아라곤호도 만들었다. 원격관제차량이 육상에서 무인선박의 움직임을 관제하는 방식이다. 아라곤호는 실제 바다에서 3척의 선박을 동시에 피하는 충돌회피실험도 통과했다.
정부는 무인선박이 상용화되면 해상감시, 해양조사, 악천후시 인명구조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관계자는 "서해 배타적 경제수역 안에서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 문제가 심각하지만 경비정 부족으로 제대로 단속을 못하고 있다"며 "무인선이 개발되면 해상영토관리와 감시업무에 한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대양을 항해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연안 해역에서는 유용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개발 중인 무인선박도 운용범위가 최대 40㎞에 이른다. 원격제어로 운용할 수 있는 범위가 20㎞, 자율제어로 40㎞까지 운용이 가능한데, 사실상 한반도 해역 전체를 지킬 수 있는 수준이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를 중심으로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원, 민간기업들이 연구에 참여 중이다.
해저를 누비는 무인 로봇 기술은 이미 상용화됐거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만든 심해 탐사 및 채광용 무인 로봇들이 그 주인공이다. 그중에서도 심해저 망간단괴 파일럿 집광로봇 '미내로'는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로봇이다. 미내로는 5000m의 심해저 바닥에 깔린 망간단괴를 채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망간단괴는 망간을 주성분으로 하는 침전물로 수많은 해저자원을 품고 있어 바닷속의 '검은 금'으로도 불린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미내로 개발이 완료되면 매년 300만톤의 망간단괴 채취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막대한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현재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미내로 주행실험 등을 끝내고, 해저 2200m에서 실제 망간단괴를 채취하는 파일럿 실험을 준비 중이다. 상용화를 위한 최종단계로 이 실험까지 성공적으로 마치면 실제 심해저에 투입된다. 미내로는 심해저의 약한 퇴적지반을 견딜 수 있게 주요 부분이 플라스틱으로 구성돼 있다.
세월호 사고 때 주목받았던 천해(얕은 바다)용 다관절 해저로봇 '크랩스터'도 국내 기술로 개발 중인 대표적인 해저 무인 로봇이다. 크랩스터는 6개의 다리로 해저를 기어다니면서 근접탐사를 하는 로봇이다. 스캐닝 소나(음파탐지기)로 탐사를 진행하는데, 최대 150m까지 한 번에 탐사가 가능하다. 세월호 사고 때는 본래 목적과 다르게 이용되면서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했지만, 맹골수로의 거센 조류를 견뎌내며 앞으로의 활용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크랩스터 개발은 2016년까지 진행될 예정으로 앞으로도 계속 성능 개선이 이뤄진다. 해수부는 크랩스터가 더 센 조류에서도 작업이 가능하도록 성능 개선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심해무인잠수정 해미래 ROV나 심해무인잠수정 이심이 6000 AUV 등도 국내 기술로 개발된 바다 속의 무인 로봇들이다. 해미래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개발된 6000m급 심해잠수정이다. 심해광물자원 탐사, 극지 연구 등 탐사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심이는 자율 운항 및 무선 원격제어가 가능한 잠수정으로 수중오염실태조사, 수중 정밀지형도 제작, 항만감시 등의 목적으로 개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