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과거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음에도 퇴직자들을 주거래 기업 경영자로 취업시키는 '낙하산 인사' 관행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일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현재까지 산업은행 퇴직자 중에서 재취업한 사람 47명 가운데 31명(66%)이 주거래 기업의 주요 간부로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산은에서 본부장·부장·팀장급에서 퇴직했지만, 재취업한 주거래 기업에선 대표이사 등 고위 경영자로 자리를 잡았다. 대표이사가 4명, 감사 13명, 부사장 3명, 재무담당 이사 5명 등이며, 고문·이사·상무 등으로 취업한 사람도 6명에 달했다.

예를 들어 심사역 출신의 한 직원은 2012년 4월 에코플러스시티개발이라는 부동산 시행사의 대표이사로 옮겼고, 한 본부장급 인사는 고속도로관리회사인 경기남부도로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된 지난 4월 이후에도 한 본부장 인사가 부동산개발회사인 알파돔시티자산관리의 감사로 옮기는 등 2명이 재취업했다. 업종별로는 대우건설·대우조선해양·현대시멘트 등 주로 선박·건설·부동산 등의 업종에 재취업이 집중됐다.

재취업자 가운데 주거래 기업이 산업은행에 먼저 고용할 인사를 요청하는 '회사추천 요청'은 31건 중 3건에 불과했다. 민병두 의원은 "외형상 재취업 사유가 '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PF)의 투명성 확보' '경영관리 제고'인데, 실제로는 대부분 낙하산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퇴직자들의 주거래 기업 재취업 관행은 과거 감사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08년~2012년 7월 사이 산업은행 퇴직자 중 68명이 거래기업의 고위직으로 재취업했다. 당시 감사원은 "같은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과 기업은행도 조사했지만, 거래기업에 재취업한 사례는 없었다"며 "산은 출신들은 기업에 대출이나 투자를 한 날 전후로 3개월 이내에 재취업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 출신의 낙하산 재취업 관행은 '동양 사태' 때도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었다. 산업은행 인사들은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0년 동안 주거래 기업인 동양그룹의 계열사에 부회장·고문·감사·사외이사 등 고위직으로 13명이 재취업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 경우 투자금을 어디에 쓸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 경영진을 1명 정도 파견하는 것이 기본 계약 조항이며 특혜성 낙하산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민 의원은 "관피아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가 관료 출신의 산하기관 취업을 제한하고 있지만, 공공기관들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재취업자에 대한 면밀한 취업심사와 함께 취업이력 공시제도를 도입해 잘못된 인사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