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을 앞둔 삼성중공업(010140)이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합병 직후 나타날 부채비율 상승 등 재무구조 악화로 인한 어려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플랜트 사업부문의 추가 손실 가능성으로 당분간 실적 개선이 난망하다는 어려움도 극복 과제로 손 꼽힌다.

삼성이 비전으로 제시한 ‘종합 플랜트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설계능력을 획기적으로 보강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육상 플랜트 공정에 비해 취약한 것으로 지목되는 해상플랜트 구조물 설계 능력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얘기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200만배럴급 해상원유저장하역설비(FPSO) 모습이다.

◆ 양사 합병 이후 삼성重 부채비율 ‘225→270%’로 껑충

삼성중공업은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을 결의한다고 지난 1일 발표했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2015년 매출 전망치는 14조4000억원에서 23조원으로 늘어난다. 매출 기준으로 보면 EPC(대형 건설 프로젝트의 설계·조달·시공을 일괄 수주하는 업체)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약 15조6000억원)을 따돌리게 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약 25조원이던 매출을 2020년 40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장밋빛 전망과는 거리가 있다. 업계에서는 플랜트 사업으로 인해 지난해 각각 1조원 가량의 손실을 본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으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재무구조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이 가장 큰 난관으로 손꼽힌다. 올 2분기 기준으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부채비율은 각각 225%, 531%다. 이를 합치면 합병된 삼성중공업의 부채비율은 270%에 이를 전망이다. 이재원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합병 이후에도 양사의 재무구조에 대한 관심은 이어질 것 같다"며 "부채비율은 물론 합산 순차입금도 합병 전 2조7000억원에서 삼성엔지니어링 분(1조3000억원)이 더해져 4조원으로 증가한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일부 적자 프로젝트에 추가 손실이 예상되는 것이 삼성중공업에 부담을 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전재천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진행하고 있는 타크리어 카본 블랙·얀부3 발전 플랜트 프로젝트는 기대 수익이 낮은 공사로 2016년 말 이전에 추가 충당금을 쌓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병찬 삼성중공업 상무는 지난 1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의 차입금 규모는 6월말 기준으로 1조7000억원 정도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삼성중공업의 경우도 올 연말까지 차입금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재무적인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 설계 능력 확보 방안 마련해야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합병을 통한 성장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삼성은 “삼성엔지니어링의 ‘설계·관리’ 능력과 삼성중공업의 ‘제작’ 능력이 결합해서 해·육상 플랜트 전공정을 아우를 수 있는 종합 플랜트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육상 플랜트 구조물 설계에 강점을 가진 삼성엔지니어링의 해상 플랜트 설계 경험이 적다는 점을 지적했다.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에도 불구하고, 삼성중공업의 약점으로 꼽혀 온 설계 능력 확보에 난관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합병 이후 설계 능력은 지금보다 개선되겠지만, 상부구조물(탑사이드) 설계 능력을 확보해야만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합병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재원 애널리스트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장기적으로 해외 엔지니어링 업체를 대체할 설계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구체적인 실천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며 “당분간 해외 엔지니어링 업체들과의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가 발현되기 위해서는 중복사업 정리 등 구조조정이 상당기간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동의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양사는 기존 저가수주 프로젝트를 해결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복인력 구조조정과 설계인력 공유, 구매일원화 등 본격적인 시너지 창출을 위한 개편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