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안여객선 안전 확보 차원에서 연안여객선을 직접 운항하는 공영제를 도입한다.

해양수산부는 2일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혁신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국무회의에는 이주영 해수부 장관이 세월호 사고 이후 처음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이 장관은 전날 정부세종청사를 방문해 기자간담회도 열고 이날 발표한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혁신대책에 대한 브리핑도 직접 진행했다. 이 장관이 정부세종청사를 방문한 것은 세월호 사고 이후 139일만이다.

◆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정부가 직접 나선다

이날 발표한 대책의 핵심은 정부의 권한 강화다. 해수부의 대책은 크게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강화와 연안여객선 공영제 도입 등 두가지로 나뉜다. 모두 민간기관이나 기업에 나눠져 있던 기능을 정부로 모으는 내용들이다.

우선 해운선사의 운항관리규정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 운항관리자를 해운조합에서 독립시키고, 운항관리자를 직접 감독하는 해사안전감독관 제도를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그동안 여객선의 안전관리를 지도하는 운항관리자가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에 소속돼 있어 안전관리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 해수부는 운항관리자를 해운조합에서 분리해 별도의 독립 기관에 맡기기로 했다. 또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항공안전감독관이나 철도안전감독관처럼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해사안전감독관도 도입한다. 해사안전감독관은 운항관리자와 선사들이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는지 불시에 점검하는 역할을 맡는다. 해수부는 현재 24명 규모로 해사안전감독관을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적자항로는 정부가 직접 여객선을 운영하는 공영제 도입도 본격적으로 검토한다. 현재 국내에 있는 99개 연안여객선 항로 가운데 26개 항로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적자항로다. 정부가 비용을 보전해주고 있지만 적자항로를 운영하는 선사는 안전관리에 대한 투자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가 아예 적자항로 운영을 직접 하게되면 안전 문제를 해결하고, 도서민들의 교통편의도 지켜줄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해수부는 예산 확보 등 관계부처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9월 중으로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 처벌 강화하고 진입장벽 없애고

안전관리 의무를 어긴 선사에 대한 처벌은 획기적으로 강화된다. 현재 안전관리 의무를 어긴 선사에 대한 과징금은 3000만원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10억원으로 높아진다. 또 화물과적으로 챙긴 수익을 웃도는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도도 도입된다.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운항관리자에 대해서도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현재 30년까지 사용가능한 선령 제한도 카페리는 20년으로 강화한다. 선령 연장은 최대 5년까지만 가능하게 바뀌고, 선령 연장 검사도 매년 다시 받아야 한다. 선박 증·개축도 복원성이 저하되는 경우에는 원천 금지된다. 5000톤 이상의 대형여객선은 선장의 승무기준이 2급에서 1급으로 상향된다. 선장에 대한 적성심사도 강화되고 해기사 면허체계도 업종·직무별로 전문화한다.

연안여객선사들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신규 사업자 진입장벽을 없애는 조치도 이뤄진다. 신규 사업자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수송수요 기준을 없앤다. 다만 안전, 서비스, 신용평가 등 사업자 경영능력에 대한 면허기준을 도입해 우수 사업자에 한해 시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제도를 고친다. 한국선급과 선박안전기술공단이 독점하고 있는 국내 선박검사에 대한 정부검사대행권을 외국 우수 선박검사업체에 개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 오히려 커지는 해수부 조직에 대한 우려도

연안여객선 안전관리가 강화되는 부분도 있지만, 오히려 해수부 조직이 비대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핵심 내용 중 해사안전감독관 신설, 여객선 운항관리업무 해수부로 일원화, 연안여객선 공영제 등은 모두 해수부의 권한 확대가 필요한 것들이다. 해수부는 세월호 사고 직후 해피아의 본산으로 지목받았지만, 세월호 후속 대책으로 오히려 조직이 커지게 된 셈이다.

한국선급, 해운조합 등 해피아 유착고리 일부를 끊어내는 조치가 포함됐지만, 해피아의 뿌리로 불리는 일부 해양대 출신의 순혈주의 등은 여전한 상황이다. 해수부는 운항관리자를 해운조합에서 분리해 선박안전기술공단(KST)로 이관하거나 독립기관을 만들겠다고 밝혔는데, 선박안전기술공단은 이미 각종 해운비리에 연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독립기관을 만들어도 해피아 문화가 척결되지 않는 한 해운조합의 재판일 가능성이 크다. 한 해양대 교수는 “운항관리자나 해사안전감독관이나 결국엔 다 기존의 해수부 인력들이 연결돼 있는 것”이라며 “아예 감사원처럼 해양과 전혀 상관없는 부서에서 감독 업무를 맡는게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