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의 새 TV 광고.

최근 효성이 야심 차게 새 TV 광고를 선보였습니다. 과거 1990년대 동양나일론 시절 이후 TV 광고는 무려 20여년 만입니다. 새 광고는 효성의 주력사업인 타이어코드와 고기능성 스판덱스 크레오라, 탄소섬유 탠섬, 신소재 플리케톤 등을 이미지화해 표현했습니다. 재계 25위의 효성그룹이 사실상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젊은 세대에는 아직 생소하다는 점을 의식해 만든 광고입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효성 가(家)의 장남 조현준 사장이 있습니다. 조 사장은 이번 광고 제작을 주도했다고 합니다. ‘젊은 효성’을 만들자는 조 사장의 의지를 광고를 통해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조 사장은 효성에 쌍방향 사내게시판인 ‘통통 게시판’과 ‘두잇유어셀프(Do It Yourself)’라는 사무 생산성 향상 캠페인 등을 도입하며 젊고 활기찬 조직문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효성은 원래 보수적인 이미지를 가진 회사였습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 같은 효성의 변화가 장차 후계구도와 관련돼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조 사장이 효성 가 장남으로서 향후 자신이 이끌어 나갈 효성의 이미지를 젊고 긍정적으로 다지려고 한다는 얘기입니다.

왼쪽부터 효성가의 장남 조현준 사장,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변호사), 3남 조현상 부사장


조 사장은 현재 효성의 전략본부장뿐 아니라 그룹 핵심 사업인 섬유와 정보통신PG장, 계열사 효성ITX와 노틸러스효성 등의 대주주로서 경영 전반에 폭넓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올 초 아버지 조석래 회장과 이상운 부회장 등이 분식회계로 인한 8000억원대 탈세·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되자, 조 사장이 그 경영 빈자리를 착착 메워가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조석래 회장의 재판 전망과도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조 회장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지만,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조 회장이 지난 6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과징금 20억원과 해임권고 조치라는 징계를 받았기 때문에 재판에서 불리한 처지에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입니다.

재계에서는 효성 가 오너들의 주식거래도 이런 정황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석래 회장은 이달 초 4~6일에 걸쳐 (주)효성의 보유주식 6만1531주를 장내 매도했습니다. 반면 장남인 조 사장은 효성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집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1일 보통주 3500주(0.01%)를 추가 취득하며 효성의 최대주주(지분율 10.33%)가 된 조 사장의 현재 지분 보유율은 10.40%에 이릅니다. 아버지 조 회장의 지분율(10.15%)보다 0.25%포인트 더 높습니다.

지분뿐만 아니라 그룹 내 입지도 넓혀가고 있습니다. 조 사장은 지난 2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4 국제 대전력망 기술회의(CIGRE)'에 참가해 효성의 최신 전력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ESS(에너지저장시스템) 등 최신 전력 기술은 효성그룹의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맡았던 중공업PG와 전력PU의 신사업 분야로 조 사장이 경영 영역을 확장한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재계에서는 이런 효성 그룹의 시도가 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조 사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올 초 검찰이 불구속 기소한 효성의 탈세·횡령·배임 혐의 명단에 조 회장과 이 부회장뿐만 아니라 조 사장도 이름을 올린 상태입니다.

여기다 효성그룹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형과 동생을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도 조 사장의 '젊은 효성' 만들기에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지난 6월 형 조현준 사장과 동생 조현상 부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그룹 계열사 대표를 약 1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하며 소송 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재계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조석래 회장 재판을 통해 효성그룹의 지배구조 계승작업이 공식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효성그룹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도 이런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효성은 차기 후계자인 조 사장만이라도 재판 중인 혐의에서 벗어나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재판 결과에 따라 그룹 앞날이 휘청거릴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