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사이버안전 실무를 담당하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차기 원장 선임을 놓고 후보 자격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KISA는 공모와 임원추천위원회를 거쳐 원장 후보 3배수를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에 전달했다. 이 중 대선 캠프와 청와대 비서관을 거친 '청피아(청와대 출신 낙하산)' 인사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KISA 차기 원장 후보로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을 지낸 B씨와 KT 계열사 대표를 지낸 K씨, 현직 대학 정보통신공학과 교수인 H씨 등이 경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후보가 KISA의 원장 자격이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것이 업계와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KISA는 2009년 7월 인터넷진흥원, 정보보호진흥원,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이 통합돼 출범한 미래부 산하기관으로 개인정보 보호부터 인터넷정책기획, 인터넷주소 관리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이기주 전 원장이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 마땅한 후임자를 찾지 못해 5개월 동안 원장 자리가 비어 있었다.
KISA는 특히 디도스 공격과 대규모 해킹 등 국가 인터넷망에서 긴급한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대응하는 핵심 조직이다. 최근 중요성이 커진 개인정보보호와 공인인증서 발급 업무도 맡고 있다. 따라서 KISA의 원장은 IT 분야에 고도의 전문지식과 실전 경험을 요구한다.
하지만 현재 물망에 오른 원장 후보들은 지식과 경험 등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B씨는 홍보전문가로 IT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B씨는 과거 D그룹 홍보맨 출신으로 그룹이 해체된 후 홍보대행사를 설립해 활동하다 뒤늦게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합류해 박 대통령의 당선 후 청와대 홍보비서관을 담당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논란이 불거지면서 고위공직자가 정부 산하기관이나 관련 협회·단체에 취업하는 것이 사실상 금기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B씨가 미래부 산하기관인 KISA의 원장에 도전한 것은 정부 차원에서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IT업계 관계자는 "B씨가 임명될 경우 관피아 중에서도 '청피아'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고, 이는 청와대와 대통령에게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KISA 원장에 정치권 인사가 낙하산으로 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KT 계열사 대표 출신 K씨와 현직 교수인 H씨는 KISA 원장으로서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다수다. 과거 KISA 원장을 지낸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과 이기주 방통위 상임위원이 현 정부에서 장관과 차관급 공무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과거 원장의 수준에 맞는 인물이 KISA를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래부 산하기관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교수 출신의 경우 조직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으며, 과거 민간기업 출신으로 원장 자리에서 불명예 퇴진한 사례가 있다"면서, "KISA의 원장은 국가 인터넷을 관리하는 '얼굴'과 같은 존재이므로 인사가 다소 늦어지더라도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를 선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