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오르기 위해선 기업의 실적이 좋아져야 하지만, 그 종목을 사려는 대기 수요도 많아야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실적이 좋아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 있겠지만, 후자는 확실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7일 퇴직연금 활성화 정책을 발표했다. 퇴직연금으로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고, 그 비율도 확대했다.

퇴직연금은 종전의 퇴직금을 회사 밖에 쌓아두는 제도인데, 2016년부터는 근로자 300명 이상인 기업은 의무 가입해야 한다. 아르바이트생도 3개월 이상 일하면 퇴직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2022년까지는 자영업자를 포함한 모든 사업장의 근로자가 의무 가입하도록 했다.

또 주식형 펀드와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자산운용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원금보장형이 아닌,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다양한 연금을 근로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개별자산에 대한 투자 한도도 폐지되는 등, 퇴직연금이 수익을 내기 어려웠던 규제도 이번에 풀렸다.

이 결정은 수급 측면에서 확실한 호재다. 외국인의 뜻에 따라 움직여온 주식시장에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증시는 공적연금이 주식 투자를 강화한다는 발표 이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 증시도 국민연금이 투자를 확대하는 것과 함께, 퇴직연금이라는 제2의 저수지가 생긴 셈이다. 정부는 호주를 모범사례로 꼽고 있는데, 호주는 전체 자산운용의 74%가 퇴직연금자산에서 창출되며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앞으로 한국 증시에 공급되는 자금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해외 증시 상황이 아직 좋다는 점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최근 S&P 500은 2000선을 넘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모두 '돈의 힘'이다. 아직 미국이 정책적으로 시중에 풀린 자금을 회수할 의도가 없다는 것이 강세의 배경이다.

'한국식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들어오는 외국인의 자금과 내부에서 주식시장으로 흐르는 자금이 합쳐질 것이다. 외국인이 들어올 때마다 펀드 환매가 일어나 주가가 오르다 주저앉았던 지금까지와 다른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