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에 닥친 장기 불황에 자율협약 중인 중견·중소조선사 4곳의 향방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채권단에선 이들 조선사 가운데 일부를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협약 졸업을 위해선 개별 기업보다 조선산업 전체란 큰 틀에서 보는 게 채권 회수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주채권은행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합병 추진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 성동조선·STX조선 합병 시너지 기대

25일 조선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SPP조선, 대선조선 등 자율협약 중인 중견·중소조선사 4곳의 관리 방안을 놓고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은 합병 여부가 검토되기도 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구조조정 대상에 여러 중견·중소조선사가 올라오면서 지난해부터 이들 업체를 둘러싼 다양한 해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며 "성동조선과 STX조선의 합병 검토도 그중 한 가지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업계는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이 합병할 경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동조선은 자율협약 중인 4곳 가운데 설비가 가장 우수하다. 반면 대형 설비에 맞는 기술력은 갖추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STX조선은 해양플랜트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선박을 수주하며 기술력은 인정받았지만, 수주물량과 비교하면 설비가 부족한 편이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수주물량을 놓고 보면 STX조선의 일부 물량은 성동조선에서 건조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며 "최근 STX조선이 수주한 고부가가치 선종은 STX조선보다 성동조선에서 건조하는 것이 설비 운용 측면에서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이 이 같은 합병을 검토하게 된 데는 자율협약 졸업 시기를 앞당겨 보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성동조선과 STX조선은 각각 2010년, 2013년부터 자율협약에 들어갔지만, 조선·해운업계 불황이 길어지면서 이들 업체의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 성동조선과 STX조선의 상황은 자율협약 체결 이후 더 나빠졌다. 성동조선이 자율협약을 체결한 2010년 매출은 2조4000억원 정도였으나 지난해 매출은 1조115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STX조선은 지난해 7월 채권단과 협약을 맺었지만 실사 결과 1조8000억원 가량의 부실이 추가로 발견됐다.

성동조선은 최근 3년새 적자 폭이 늘고 있다. 2011년 영업손실은 1122억원에서 2012년과 2013년 각각 1675억원, 1916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STX조선도 마찬가지다. 2011년 9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2012년 698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2013년 영업손실은 2조3593억원으로 늘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이전에는 개별 기업의 구조조정만 신경 썼지만 업황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산업 전체를 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고 말했다. 기업 4곳 중 일부를 합병해 전체 규모를 줄이면 비용절감과 수익성 확보에 유리해져 장기적으론 채권 회수율을 높일 수 있다. 또 경쟁 업체 수가 줄어 수주여건도 개선될 수 있다.

◆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이견 갈려 합병 불투명

한편에선 이들 업체의 합병은 풀어야 할 난제가 많아 현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선 두 업체의 주채권은행이 달라 이견을 좁히기 쉽지 않다. 성동조선과 STX조선의 주채권은행은 각각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다. 이미 수출입은행의 경우 두 업체의 합병 검토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출입은행이 성동조선과 STX조선 합병에 반대하는 데는 STX조선의 부실이 생각보다 크다고 보고, 합병할 경우 성동조선까지 덩달아 위험해 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수출입은행은 2010년부터 성동조선에 5조원가량을 들여 회생의 기반을 만들어 놨다고 평가한다. 반면 STX조선은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지 1년을 갓 넘긴 상태며 부실 규모가 줄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성동조선과 STX조선 관계자 모두 "금시초문"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합병 검토 논의가 산업은행 일부에서만 제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실제 두 업체 간 합병을 추진하려면 채권단과 정부, 업계 모두의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며 "두 업체의 채권은행과 주주가 달라 공감대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