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2003년부터 상업 생산 중인 베트남 15-1광구.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전 세계 15개국에서 22개 광구, 4개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SK E&P 아메리카를 셰일가스 등 비(非)전통자원 개발을 위한 전초기지로 만들겠습니다."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미국 휴스턴에 있는 현지 법인인 SK E&P 아메리카에서 주재한 회의에서 "미국에서 시작한 셰일 개발 붐이 세계 각지로 확산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구 부회장은 이날부터 일주일간 오클라호마와 텍사스의 석유생산광구 등을 방문하면서 북미 지역 자원개발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국내 최고 자원개발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셰일가스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본격적인 사업 확대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세계 에너지 업계 불황 속에도 자원개발 부문은 호조

SK이노베이션은 올 2분기 영업적자를 502억원 기록하는 중에도 자원개발 부문은 호조를 나타냈다. 매출 2289억원에 영업이익은 1127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50%에 육박했다. 매출은 회사 전체의 1.4%에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정유·석유화학·윤활유 등 다른 부문을 압도했다. 생산광구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이익을 꾸준히 늘려온 덕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원개발 부문 실적은 더 좋아질 전망이다. 셰일오일이 나오는 미국 오클라호마 광구에 대한 인수가 지난 6월 마무리되면서 3분기부턴 실적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오클라호마 광구에서 생산하는 하루 3750배럴의 원유와 가스 가운데 15% 정도는 셰일층에서 시추하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 수평시추와 수압파쇄 기술을 이용해 셰일가스·오일을 직접 생산하는 곳은 SK이노베이션이 유일하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가 인수하기 전 하루 2500배럴에 그쳤던 생산성을 인수 후 50% 이상 끌어올렸다"며 "앞으로도 광구를 더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전 세계 15개국에서 22개 광구, 4개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루 원유 생산량은 7만배럴(1배럴은 158.9L)에 이른다. 이항수 전무는 "기존 주력 사업인 정유 사업이 지난 2년간 흑자와 적자가 반복되는 널뛰기 실적을 보여주는 가운데, 석유개발사업이 매 분기 꾸준한 성과를 올리면서 효자를 넘어 주축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1984년 예멘 마리브 성공으로 본격화

SK이노베이션의 자원개발 역사는 최종현 선대 회장이 '기업이든 나라든 자체 자원을 확보하지 않으면 언제든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생각에 따라 1982년 자원기획실을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유공(현 SK이노베이션)은 1983년 미국 코노코(Conoco)와 함께 인도네시아 카리문 광구 개발에 뛰어들어 당시로선 거액인 100만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했지만, 석유 한 방울 캐지 못한 채 광구 개발권을 반납해야 했다. 다음 해인 1984년 미국 옥스코(OXCO)와 함께 아프리카 모리타니 광구 개발에 다시 한 번 도전했지만, 문턱은 여전히 높았다.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던 때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1984년 북예멘(현 예멘) 마리브 광구에서 유징(油徵·지하에 원유가 존재한다는 징후)을 발견하고, 40개월 만에 원유 생산에 성공한 것이다. 이후 1996년 페루 8광구에서 원유를 상업생산하기 시작했으며, 베트남 15-1 광구 역시 4년여간 탐사와 개발 끝에 2003년 상업생산에 돌입했다. 2011년엔 브라질 광구를 24억달러에 매각하면서 큰 이익을 얻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