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계 회사에 다니는 김지연(29·가명)씨는 월~수요일은 영어 학원, 금요일에는 프랑스어 학원에 간다. 주말엔 대학원 수업이 있다. 월급 280만원 중 교육비에 매달 160만원이 들어간다. 김씨는 "유럽 본사에 가서 일하려면 석사 학위와 외국어 실력이 필요하다"며 "꿈을 이루기 위해 자기개발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시 위주의 사교육 시장이 침체되면서 직장인과 취업 준비생이 교육 업체의 주요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규 시장 개척에 나선 교육 업체들이 외국어·편입·자격증 등 성인 대상 교육 과정을 속속 확대하는 것이다. 기업이 실시하는 직무교육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입시교육에서 직장인 대상으로…교육업체들 새 시장 개척

통계청 조사 결과 유치원·초·중·고교생 숫자는 2010년 868만명에서 2013년 794만명으로 줄었다. 학생 수가 감소하다 보니 사교육 시장도 큰 타격을 받았다. 미성년자 대상의 사교육비 지출은 2009년 21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18조6000억원으로 3조원이 감소했다.

학원에서 영어 수업을 듣고 있는 직장인과 취업 준비생들. 입시 위주 사교육 시장이 침체된 반면 직장인과 취업 준비생이 교육 업체 주요 고객으로 떠올랐다.

입시전문 대형 교육업체 메가스터디는 정부의 사교육 억제 정책과 대입 자율화 등으로 직격탄을 맞자 회사 매각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매각이 여의치 않자 2011년 인수한 '김영편입학원' 같은 성인 대상 교육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요리·목공·육아 같은 생활 관련 온라인 강의도 개설해 신규 수요를 개척하는 중이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시장은 불황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고 매년 2~3% 이상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취업 준비생, 이직·승진에 대비하는 직장인,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중년층 등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

업계에 따르면 성인 교육 시장은 연간 2조5000억원대로 추산된다. 토익·토플·회화 같은 외국어 분야가 1조8000억원으로 가장 크다. 또 금융·공인중개사 같은 자격증 취득 및 취업 준비용 교육 과정이 2500억원대, 공무원 시험 준비 분야는 2000억원대에 달한다. 금융투자분석사·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같은 전문 자격증 과정은 수강 비용이 수십만원에서 150만원까지 드는 데도 수강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어 학원들도 취업·자격증 대비 강의를 신설하는 등 교육업체 간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취업에 대비한 '기본 스펙'인 영어 강의를 기본으로 해서 취업에 필요한 각종 강의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외국어 학원으로 유명한 파고다아카데미는 외국어 자격시험은 물론이고 기업체 인성·적성 검사, 취업 서류 작성, 면접 전략 등을 도와주는 '취업준비반'을 운영한다. YBM시사닷컴도 취업 준비생들을 위한 강의와 취업 정보 등을 제공하는 '커리어캠퍼스'를 만들었다. 해커스아카데미는 경찰·행정 공무원 시험, 공인중개사 시험 과정과 더물어 채용정보·기업정보 등을 제공하는 취업 포털까지 운영하고 있다.

◇기업체 임직원 교육 투자 확대

교육 업체들이 노리는 또 다른 주요 분야는 기업체 직원들의 재교육 시장이다. 직장인 교육전문 업체 휴넷은 이 시장이 연간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업들과 제휴해 온라인으로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크레듀는 올 2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41% 늘었다. 매출도 21% 증가했다.

기업들은 임직원들의 업무 능력을 키우기 위해 온·오프라인 교육을 강화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2011년 1144억원이었던 직원 교육비를 지난해 1239억원으로 늘렸다. SK그룹은 작년 11월 직원들이 스마트폰·태블릿PC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SK 모바일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여기에는 인문·교양·리더십을 비롯해 200여개의 강좌가 마련돼 있다. SK 측은 "월평균 접속자가 12만명에 달한다"며 "강의 목록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 벤처기업 에스티앤컴퍼니 윤성혁 대표는 "입시 교육 시장이 침체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30~40대를 중심으로 이직·재취업을 위한 교육 콘텐츠 수요는 여전히 탄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