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동 인근 석촌 지하차도에서 동공(洞空·빈 공간)이 무더기로 발견된 것과 관련, 시공사 과실 탓이라는 잠정 결론이 나왔다.

석촌지하차도 모습

석촌 지하차도 동공을 조사하고 있는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22일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지하철 9호선 공사를 맡은 시공사가 흙을 너무 많이 파내서 동공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시공 능력이 부족해 품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서울시가 전문가로 구성한 조사단 단장을 맡고 있다. 조사단은 박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 10명으로 이뤄져있다.

박 교수는 “삼성물산 등 시공사가 땅을 파내는 방법 중 하나인 ‘실드(Shield) 공법’을 적용하면서 품질 관리에 하자가 생기면서 동공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드는 터널 굴착 방법 중 하나로 공업용 칼날(커터)이 박힌 원통형 기계를 회전시켜 흙과 바위를 부수면서 굴 모양으로 터널을 파는 방법이다. 부순 흙과 바위는 지상으로 배출하는데 계획보다 많은 흙을 빼내면서 동공이 생겼다는 추정이다.

이어 박 교수는 “시공사는 지하철 9호선 3단계 공사를 턴키(일괄 발주) 방식으로 수주했다”며 “해당 구간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시공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석촌 지하차도 밑에서는 최근 한 달간 동공 7개가 발견됐다. 이들 동공의 연장 길이를 합치면 135m에 달한다. 삼성물산 등 3개 시공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드 공법으로 터널을 뚫어왔다. 조사단은 시공사가 예상 배출량보다 많은 흙이 실드 기계 안으로 들어왔는데도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공사를 계속 진행, 동공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약한 지반에 시멘트를 주입해 단단하게 만드는 그라우팅 작업이 부실했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물산은 실드 공법에 쓰인 원통형 기계의 칼날을 교체하기 위해 공사를 중단하고 이미 뚫은 지반에 그라우팅 작업을 실시했다. 그라우팅은 터널을 뚫은 후 지하수 침투와 지반 침하를 막기 위해 특수용액으로 터널 표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그라우팅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커터를 교체하는 동안 지하수가 터지거나 흙이 밀려 내려올 수있다.

당시 서울시와 삼성물산은 그라우팅 방법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지상에서 수직으로 구멍을 여러 군데 뚫어 특수용액을 주입하는 ‘수직 그라우팅’을 제안한 반면, 서울시는 굴착기 중심으로 주변에 용액을 뿌리는 ‘수평 그라우팅’ 방식을 요구했다. 서울시는 지하차도에 구멍을 많이 내면 도로 안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것을 염려해 ‘수평 그라우팅’을 주문했고 결국 삼성물산도 이 방식으로 시공했다. 그런데 ‘수평 그라우팅’ 방식은 삼성물산이 처음 제안안 ‘수직 그라우팅’ 보다 지반을 단단하게 하는 효과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조사단의 이 같은 잠정 결론에 대해 지하철 9호선 시공사인 삼성물산 측은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협조하겠다”며 “추가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조사단은 이르면 25일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