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불법 카드 모집 경품을 제공한 모집인은 물론 그 경품을 받은 사람도 함께 처벌하는 쌍벌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모집인만 처벌하다보니 의도적으로 경품을 받고 불법영업으로 신고하는 식으로 포상금을 챙기는 등 카파라치(카드사의 불법 모집 행위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 제도가 악용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여신전문검사실 실무진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전국카드설계사협회 관계자 6명과 만나 "(과도한 경품을 지급한 모집인 뿐만 아니라) 경품을 받은 고객도 함께 처벌을 받도록 하는 쌍벌제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전 전국카드설계사협회 회원 2000여명(금감원 추산)이 금감원 본원 앞에 모여 "카파라치 때문에 모집인이 죽는다"며 6시간 넘게 시위를 벌인 끝에 받아낸 대답이다.

카파라치는 불법 모집을 하다가 적발된 카드모집인을 신고하면 포상금 50만원(과다경품 지급의 경우)을 받는 제도다. 현행법상 모집인이 신규 카드 발급을 조건으로 연회비의 10%를 초과한 경품을 지급할 경우 처벌을 받게 된다. 금감원은 올 5월부터 카드 불법 모집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카파라치 포상금을 10만원에서 5배인 50만원으로 높이고 연간 포상금 한도액도 1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늘렸다.

문제는 포상금이 늘면서 카파라치 제도를 악용하는 악성 카파라치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설계사협회에 따르면 카파라치 단속 강화 이후 의도적으로 경품을 받고서 불법 모집으로 신고하겠다며 모집인에게 수백만원을 뜯어내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현행법상 모집인이 불법영업으로 적발되면 2년 간의 영업정지와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되지만 가입자는 카드 모집인으로부터 경품을 받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카드설계사협회에 따르면 감독당국이 카파라치 단속을 강화한 지난 5월부터 악성 카파라치 사례로 제보를 받은 건만 252건이다. 이재복 전국 카드설계사협회 사무국장은 "악성 카파라치의 80% 이상이 만 30살 이하의 젊은이들인데 대부분 의도적으로 카드 가입 시 경품을 요구해놓고, 신고하겠다며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지역에만 카파라치 전문 양성 학원이 5군데가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현행 법규상 카드모집인이 불법 모집을 하다가 적발되면 해당 카드사를 함께 처벌하는 '쌍벌제'도 있지만 실효성이 약한 게 현실이다. 한 카드모집인은 "카드사 내에서도 신규 회원 유치는 실적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카드사가 모집인의 불법영업을 알면서도 은연중에 방치하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쌍벌제 도입은 법령 개정 사안이기 때문에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쌍벌제 도입이)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라 금융위와 협의가 필요하다"며 "일단 내부적으로 검토를 충분히 마친 뒤 금융위, 여신협회랑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연간 납입금액이 수십만원에 달하는 보험과 연회비 1~2만원에 불과하는 카드를 동등비교하긴 어렵다"며 "이미 카드사와 모집인에 대한 쌍벌제 규정이 있어 가입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필요한지는 의문"이라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재 은행·증권·보험·카드 중에서 경품을 받은 사람까지 처벌하는 쌍벌제를 도입한 곳은 보험업권이 유일하다. 보험업법 202조에 보면 '금품을 제공한 자 또는 이를 요구해 받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특별 이익 제공의 한도는 최대 3만원으로 그 이상의 금품을 요구해 받게 되면 보험 가입자도 처벌 대상이 되는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이 전형적인 푸시형(구매를 적극적으로 권해야 판매할 수 있는 상품)상품이고 실적 경쟁도 치열하다보니 이런 조항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