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 코에스테리치 블랙록 글로벌 수석투자전략가

투자자들은 종종 경제지표가 나쁘게 나오는 악재를 보면서도 주식을 사들인다. 미국의 소매판매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 일부 투자자들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단시일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줄어들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일본의 상황이 이런 경우다. 지난 4월 일본 정부가 소비세를 60% 인상하며 2분기 GDP가 1분기보다 1.7% 감소했지만, 일본 관련 주식은 지난 한 주 동안 3.5% 올랐다. 일본 최대 연기금 기관인 GPIF가 국내 주식보유 상한을 일시적으로 폐지한다는 결정이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 결정이 이행되면 GPIF는 더 많은 자금을 일본 주식을 사는 데 쓸 수 있게 된다. 주식 목표 배분 비율이 현재 12% 수준에서 20%까지 늘어나는 것이다. 경지지표가 부진하게 나왔더라도 일본 주식에 대한 전망은 밝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이런 낙관론이 항상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소비자들은 최근 지출을 늘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7월의 미국 소매판매는 6월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었다. 월마트(Walmart)의 동일 매장 매출이 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는 전문가들이 소매판매가 늘 것이라고 전망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다. 투자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신흥국 주식시장과 미국 대형주 시장에서 최근 몇 주에 걸쳐 순매도를 기록했고, 소형주 주가연계증권(ETF)에서도 12억미국달러를 빼갔다. 미국의 유통업체 관련주에 투자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유럽의 경제 지표도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분기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와 다르지 않았다. 독일의 생산은 예상보다 더 많이 줄었다. 독일의 신뢰지수와 산업생산 지표가 나쁘게 나오면서 저성장, 디플레이션(물가하락)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독일의 국채 수익률이 1% 아래로 내려가고 유럽 채권 수익률 또한 하락하고 있다. 이처럼 채권 수익률이 내려가는 현상은 일본, 호주, 캐나다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양적완화(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푸는 것) 종료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저금리가 유지될 수 있는 것도 선진국의 경제 문제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