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건강해 보이는 사람도 병원에서 종합검진받으면 생각지도 못했던 병이 발견된다. 차도 마찬가지다. 말끔한 디자인만 보고 선택하면 후회하기 십상이다. 잔고장이 많을 수도 있고, 주행시 생각보다 소음·진동이 심할 수도 있다. 차량 오디오 역시 실제 차를 사기 전까지는 상태를 점검하기 어렵다. 그래서 속을 들여다 봐야 한다.

조선비즈는 차 구입 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을 전문가에게 의뢰해 평가를 받아봤다. 엔진이 장착된 보닛(앞쪽 뚜껑) 속도 살펴보고, 차를 들어올려 차 바닥도 훑었다. 소리공학연구소에서 차량의 소음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했다. 음향 전문가에게 각 차량의 내장 오디오 성능을 분석케 했다.

◆ 엔진거치대 SM5, 배선은 LF·K5, 하체는 말리부 우수

엔진룸 구조와 정비성 평가는 박병일 명장이 맡았다. 박 명장은 2002년과 2006년 각각 고용노동부 선정 자동차명장(국내 1호)과 기능한국인에 오른 정비 전문가다. 현재는 고용노동부 산업현장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천 남동공단 소재 박병일 명장 연구소에서 중형차 4대의 엔진룸과 하체를 살폈다.

박병일 명장이 인천 남동공단 소재 박병일 명장 연구소에서 중형차 4내의 엔진룸을 살피고 있다.

차량의 심장인 엔진을 보기 위해서는 보닛을 열어야 한다. 보닛을 열자마자 보닛 지지대에 대한 지적이 시작됐다. K5와 말리부는 보닛 지지대가 한 개다. LF소나타와 SM5는 지지대가 2개다. 박 명장은 "지지대가 하나면 고장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지대가 하나인 차량은 보닛지지대 교환하러 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엔진에 대한 평가가 이어졌다. 박 명장은 배선처리와 엔진을 보호하는 거치대 역할을 하는 엔진 마운트에 집중했다. 엔진마운트는 SM5가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다. SM5 엔진마운트는 알루미늄으로 여러 방향에서 엔진을 보호하고 있었다. 반면 LF소나타(이하 LF)와 K5는 엔진마운트가 한쪽만 지지하고 있었다. 엔진은 변속을 하면 앞뒤로 움직인다. 이때 엔진마운트는 엔진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오경택 변호사가 박병일 명장에게 엔진 마운트에대해 질문하고 있다. 운전병 출신인 오 변호사는 군 시절 자동차 정비 경험을 토대로 중형차 4대에 대한 정비 편의성 등에 대한 분석을 도왔다.

박 명장은 "엔진 마운트가 약하면 부러질 수 있다. SM5는 엔진 마운트가 엔진을 사방에서 잡아주기 때문에 엔진이 움직이지 않는다. 다른 차량은 엔진 떨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현대, 기아차는 엔진 마운트가 부러져 정비 받으러 오는 경우가 르노삼성차나 한국GM보다 많다. 마운트를 교체하려면 공임비를 포함해 30만원 이상 든다"고 덧붙였다.

엔진마운트 부문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SM5는 엔진 배선처리에서는 혹평을 받았다. SM5는 호스가 질서 없이 배열돼 있었고 배선이 노출돼 부식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LF소나타·K5는 배선처리가 질서정연했다. 배선처리 방식은 먼지나 수분으로 인한 배선 부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박 명장은 "SM5는 호스들이 질서가 없고 열에 노출돼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LF쏘나타와 K5는 배선처리가 깔끔하다. 말리부는 LF쏘나타와 K5만큼은 아니지만 SM5보다 배선처리가 깔끔하다"고 덧붙였다. 박 명장은 "시동이 꺼지거나 경고등이 들어오는 원인 대부분은 배선문제 탓"이라면서 "배선에 먼지가 들어가지 말아야 하고 방수가 돼야 배선 부식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상시에도 보닛을 열어 먼지가 쌓이지 않게 정기적으로 털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형차 4대가 하부구조를 점검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

보닛 내부 평가에 이어 하부코팅, 서스펜션(자동차의 구조장치로, 노면 충격이 차체나 탑승자에게 전달되지 않게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 로어암(바퀴 움직임을 조정하는 하체 부품) 등 차량 하체에 대한 평가가 이어졌다.

물과 염화칼슘으로인한 부식으로부터 차량 하체를 보호하는 코팅에 대한 평가가 먼저 이뤄졌다. 하부 코팅은 말리부가 가장 우수했다. 이어 SM5, LF·K5순이었다. 말리부는 철판이 아래로 내려와서 접힌 부분에 고르게 코팅이 잘 돼 있었다. 반면 LF쏘나타와 K5는 장마철 빗물과 겨울철 재설을 위해 뿌리는 염화칼슘이 차체 하부에 닿았을 때 부식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SM5는 말리부처럼 코팅이 잘 돼 있지 않았지만 LF쏘나타와 K5에 비해 코팅이 잘 돼 있다고 평가받았다. 박 명장은 "철판 부식이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면 이미 내부는 모두 부식된 상태인 경우가 많다"며 "차를 오래 운행하다보면 철판 사이가 벌어져 물이 더 많이 침투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병일 명장이 LF소나타의 하부구조를 살펴보고 있다.

서스펜션은 SM5가 가장 안정적이다. 이어 말리부, LF·K5 순이었다. SM5는 차체와 바퀴를 연결하는 축이 2개였다. 말리부는 축이 하나지만 길이가 짧아 안정적이었다. LF·K5는 축이 하나에 차체와 바퀴를 연결하는 길이가 길어 불안정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명장은 "서스펜션이 불안하면 150㎞/h 이상 달리다 브레이크를 잡을 경우 뒷부분이 꼬리칠 수 있다(피시 테일링 현상)"고 설명했다.

서스펜션 아래쪽 지지부인 로어암은 바퀴를 지지해준다. LF와 K5는 철판을 접어 만들지만 말리부는 강판을 주형틀에 넣어 제작하는 주물형이다. 주물형이 차를 좀 더 단단하게 잡아준다. 박 명장은 "말리부는 내부 프레임이 사고시 충격을 분산시켜주게 돼 있다. 금형값이 많이 들겠지만 안전하다. 바퀴를 잡아주는 부품 변형이 적어 타이어 편마모도 적다"고 평가했다.

◆ SM5 가장 조용한 차, 말리부 시동과 주행 큰 차이 없어, K5 주행시 소음 커져

소음은 승차감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요소다. 조선비즈는 숭실대학교 소리공학연구소(소장 배명진 교수)에 차량 실내진동·소음 측정을 의뢰했다. 소음 측정은 서울 상도동 숭실대학교 소리공학연구소와 숭실대학교 주변 도로에서 이뤄졌다.

한국·미국·일본·유럽의 차량 소음테스트는 건조하고 평탄한 콘크리트·아스팔트 도로를 전제로 한다. 장소는 주변 암소음이 측정 차 소음보다 최소 10데시벨(㏈) 이하여야 한다. 조선비즈와 소리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도로정지 ▲저속주행(2~4단·진입속도 50㎞/h) ▲4000RPM(분당회전수) 공회전 등 3가지 경우로 나눠 실험했다.

중형차 4대 소음 측정 결과 표

SM5는 모든 부분에서 가장 소음이 적었다. LF소나타는 엔진 시동, 저속주행에서는 SM5와 함께 소음이 적은 그룹에 속했지만, 공회전 시에는 중간그룹이었다. K5는 정지상태에서 시동을 켰을 때 소음이 적었지만 일반 주행시 디젤차량인 말리부와 비슷한 수준으로 소음이 증가했다.

말리부는 정지 상태 소음은 다른 차량보다 11~12㏈ 크지만, 실제 주행시 소음은 K5와 비슷했다. 가솔린 엔진 대비 소음·진동에 취약한 디젤 엔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행 중 소음도는 양호한 셈이다.

견두헌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박사는 "실제 생활하면서 1~2㏈ 차이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3㏈부터는 작지만 분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견 박사는 "SM5가 모든 측정 분야에서 소음이 가장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방향등(깜빡이) 소리가 매력 있다. 마치 드럼 비트 맞추는 소리와 유사하다. 경쾌하고 깔끔하다"고 평가했다.

카오디오 LF소나타·말리부 공동 1위, K5·SM5 기대 못미쳐

자동차는 더 이상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휴식공간이고 음악감상실이 되기도 한다. 조선비즈는 이재원 음향 엔지니어에게 카오디오에 대한 평가를 의뢰했다. 이 엔지니어는 JYP 엔터테인먼트 등 대중가요 레코딩에 다수 참여한 음향 전문가다. 귀로 들리는 음질, 눈으로 보는 디자인, 손으로 만지는 느낌 등이 평가대상이다. 평가대상 4대 중형차는 오디오 전문업체와 협업해 만든 '스페셜에디션'(한정생산제품) 차량이 아닌 일반 차량에 들어가는 오디오 제품이었음을 밝힌다.

이재원 엔지니어가 중형차 4대의 오디오를 평가하고 있다

종합평가 결과, LF소나타와 말리부가 좋은 평가를 받아 각 1위와 2위로 평가 받았고 3위 K5와 4위 SM5는 저음과 고음 등 다양한 소리를 담아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재원씨 작업실이 있는 서울 상암동 오피스텔에 중형차 4대가 모였다. 비트가 강한 언더월드의 'Always Loved a Film', 관악기 연주가 많은 재즈풍 마일스 데이비스의 'Freddie Freeloader', 마이클 잭슨의 'Rock with you', 비발디의 사계 등을 각 중형차에서 CD로 재생하고 음질을 테스트했다. 저음과 고음 등 음역대를 얼마나 표현할 수 있는지 살폈다. 음역대 별로 소리를 조절하는 기능인 이퀄라이저(EQ)를 사용하지 않고 평가했다.

LF소나타는 중저음이 강해 비트감이 있는 음악이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힙합이나 록 음악을 듣기 좋다는 평가다. 말리부는 전체적인 소리가 조화롭고 상쾌한 소리여서 경쾌한 댄스 음악에 잘 어울린다. LF소나타에 비해서는 힘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K5와 SM5는 저음과 중저음 고음 등을 모두 조화롭게 담아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엔지니어는 "SM5와 K5는 답답하고 막힌 듯한 소리다"라며 "SM5는 저음 강화 모드인 베이스 부스터(Bass Boost)를 설정해도 치는(비트) 느낌이 없다. 저음도 소화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디자인과 조작 용이성에서도 LF소나타와 말리부가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이재원씨는 "LF소나타와 말리부는 오디오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평가했다. LF소나타는 디자인이 단순해 사용하기 편하다는 평가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 말리부도 버튼 배열이 시원시원해 작동하기 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버튼 개수가 많고 특정 기능을 쉽게 찾아내기 어렵다는 단점이 드러나 2위였다.

이재원씨는 "LF소나타는 한글 버튼이어서 사용자가 편하다. 말리부도 버튼배열이 시원시원하지만 버튼이 많아 운전 중에 조작하기에는 위험해 보인다"며 "청취자는 너무 많은 버튼을 원하지 않는다. 모든 차종이 버튼 수를 줄이고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K5의 빨간색 LED는 눈의 피로도를 높인다는 이유로 감점요인이었다. SM5는 돌려서 조작하는 '조그휠'의 느낌이 뻣뻣해 불편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재원씨는 "K5는 아우디와 폭스바겐처럼 빨간색 LED를 사용하나 아우디나 폭스바겐만큼 세련되지 않다. SM5는 가장 불편했다. 익숙해지기 전에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