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의 해전(海戰) 승리를 다룬 영화 '명량' 흥행에 힘입어 부산에 위치한 국내 최대 블록완구 업체 옥스포드도 특수(特需)를 누리고 있다. 이 회사가 만드는 거북선·판옥선(板屋船) 등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블록 장난감이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이 회사 김영만(金榮萬·54) 대표는 "여름철은 완구업계 비수기인데도 영화 덕분인지 작년보다 매출이 15%가량 늘었고, 갈수록 판매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옥스포드는 전 세계 블록완구 시장을 평정한 덴마크의 레고와 국내 시장에서 맞서고 있는 거의 유일한 토종 업체다. 옥스포드는 약 13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국내 블록완구 시장에서 점유율 15%가량을 차지한다. 세계 최대 완구시장인 미국을 비롯한 2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수출 1000만불 탑'도 받았다. 작년 매출은 200억원 수준.

10년 넘게 역사 속 영웅과 한국 문화유산을 소재로 한 블록을 만들어 온 김영만 옥스포드 대표가 부산 본사에서 거북선과 판옥선 블록 앞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옥스포드가 이순신 장군 블록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04년부터. 현재 이순신 시리즈는 거북선, 판옥선, 공성전(攻城戰) 등 6종이다. 태조 왕건, 장보고, 광개토대왕 등 지난 10여년간 만들어온 영웅 블록이 20종이 넘는다.

블록 하나하나는 최대한 실제와 똑같이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김 대표는 "거북선 블록을 만들 때도 고증(考證)을 위해 거제도 해양박물관부터 경남 통영의 거북선 모형까지 전국에 있는 거북선과 관련된 곳이라면 모두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옥스포드가 주목하는 또 하나의 주제는 '한국 문화유산'이다. 지난해 숭례문 복원 기념으로 500점 한정 판매한 숭례문 블록은 19만원이란 고가(高價)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15분 만에 매진됐다. 경복궁의 경회루, 전통혼례 등을 재현한 블록도 있다.

김 대표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2대(代)째 완구제조업을 하고 있다. 부친 김언수씨가 1961년 설립한 동진공업사가 옥스포드의 모태다.

김 대표는 "경쟁사를 뛰어넘기 위해 매년 매출의 20%를 신제품 개발에 재투자한다"며 "성장성이 높은 세계 교육완구 시장에서 '완구 코리아'의 저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