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수(內需) 회생의 '불쏘시개'로 주목받고 있다. 10만여명의 외국인이 교황과 함께 한국을 찾는 데다 교황 관련 행사에 가톨릭 신자 수십만명이 모여 관광·호텔업계와 식당·유통업체에 예년에 없던 '특수(特需)'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항공·운수업 등 함박웃음

'교황 특수'의 최고 수혜 업종은 서울 시내 호텔들이다. 16일 오전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이 열리는 광화문광장 주변의 호텔에는 15일 밤 객실이 완전히 동났다. 시복식 공식 참가자만 17만명이고, 단순 참가자까지 포함하면 최대 100만명이 몰리는 덕분이다. 교황 수행단과 취재진의 공식 숙소인 시청 앞 더 플라자호텔의 객실 410개는 예약이 일찌감치 끝났다.

특히 호텔 6층부터 19층까지 건물 맨 오른쪽에 있는 스위트룸은 하룻밤 숙박료가 60만원이지만 가장 먼저 매진됐다. 광화문광장이 정면으로 보여 시복식을 멀리서나마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근 롯데호텔과 웨스틴 조선호텔의 예약률은 95%를 모두 넘었다. 서울 명동성당과 가까운 세종호텔도 6층부터 15층까지 객실 50여개의 예약이 모두 끝났다.

세월호 참사 후 수학여행 중단과 나들이객 감소로 고전하던 전세버스 업계는 대목을 만났다. 전세버스 기사 이현석(50)씨는 "대전과 광주의 천주교 신자들을 태워 광화문광장과 당진 솔뫼성지 등 교황 방문지를 따르는 일정이 사흘 동안 꽉 찼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교황 방문 3일간 국내선 예약률이 전년 대비 10% 정도 올랐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16일 시복식에 참석하는 지방 천주교 신자들을 위해 KTX와 무궁화호 임시 열차 6편을 추가 편성했다.

식당·편의점 등 화색

교황 관련 행사가 열리는 주변 상인들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서울 광화문 일대 편의점들은 시복식 행사를 앞두고 점포 근무자를 두 배로 늘리고 삼각김밥과 햄버거, 생수와 이온 음료, 물티슈, 비옷 같은 주요 제품은 평소 판매량의 30배 정도씩 준비했다. 세종문화회관 인근 고려삼계탕의 최민영 매니저는 "16일 점심때 손님들이 대거 몰릴 것에 대비해 평소의 두 배인 600인분의 삼계탕 재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교황이 찾는 충북 음성 꽃동네, 충남 서산 해미읍성 주변의 숙박업소와 음식점들은 수만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찾아와 교황의 출국 후에도 관광 특수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교황 방한 기념우표 130만장(약 5억4600만원어치)도 거의 매진됐다. 김경숙 강릉원주대 교수(한국관광학회장)는 "시복식 집전 모습이 150여개 국가에 생중계돼 '코리아 브랜드' 홍보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