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12일 내수기업의 수출기업화 촉진대책을 발표했다. 기업별 수출역량에 따라 맞춤형 지원을 하고, 전문무역상사를 통한 간접수출 지원, 무역금융 등 수출지원제도의 개선 등이 포함됐다. 산업부는 2017년까지 내수기업 1만개를 수출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정책 대상인 중소기업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미 있는 지원 제도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데 제도를 새로 만들어서 뭐하겠느냐는 것이다.

산업연구원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중소기업 수출지원 사업은 408개에 이른다. 예산이 투입된 사업만 408개이기 때문에 실제 이름만 있는 제도들까지 합치면 지원제도는 더 늘어날 수 있다.

408개의 중소기업 수출지원 사업 중 중앙정부나 지원기관이 수행하는 사업이 107개,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는 사업이 301개로 집계됐다. 지원규모는 2013년 예산 기준으로 중앙정부 사업이 3019억원, 지원기관 사업이 1548억원, 지자체 사업이 567억원에 이른다. 금융지원사업은 제외된 것이기 때문에 적지 않은 규모다.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지나치게 종류가 많고 광범위하다 보니 정작 제도를 활용해야 할 중소기업들조차도 어떤 제도를 이용해야 할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운영 중인 수출지원 제도들은 특정사업이나 특정시장을 대상으로 제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2013년 기준으로 목표시장을 특정시장에 맞춘 수출지원 사업은 46.2%로 그렇지 않은 지원사업보다 비중이 작았다. 수출을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자신들의 사업 내용이나 목표시장과 상관없이 여러 지원사업에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다 보니 오히려 수출을 준비하는 기업은 어떤 제도를 활용해야 할지 막막해진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지원 내용이 전문화된 전용 지원사업 비중이 5% 미만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개별 기업이 필요로 하는 특정성 있는 수요에 대응해 차별화, 전문화해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작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별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해주는 맞춤형 지원은 미흡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수출준비단계, 시장진출단계, 시장확대단계 등 3단계로 구분해서 각각 다른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단계에서 정보제공, 바이어 발굴, 컨설팅 지원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중소기업의 상황에 상관없이 정부의 수출지원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중소기업의 수출 확대를 위해 정부가 계속 새로운 지원제도를 내놓고 있지만, 정작 이를 활용해야 하는 중소기업들은 어떤 제도가 자신들에게 맞는지 알지 못해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 수출이 지지부진하자 정부는 또 새 제도를 내놓고, 중소기업은 더 늘어난 지원 제도들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올해 4월 중소기업중앙회가 330개 업체를 대상으로 수출입 애로사항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을 때도, 68%의 중소기업이 정부의 대표적인 수출지원제도인 AEO 인증제도를 모른다고 답했다. AEO 인증은 관세청이 특정기준을 충족한 수출기업에 주는 것으로 수출입 통관에서 신속통관 등의 혜택이 있다. 관세 당국이 최근 몇 년 동안 집중적으로 홍보한 제도지만 아직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은 제도가 있는지도 모르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수백개에 이르는 수출지원 제도가 난립한 상황에서 새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는 기존의 제도를 잘 정리해서 필요한 중소기업을 찾아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사업 수와 수행기관 수가 많으면 중소기업이 효율적으로 지원사업을 이용하기 어렵고 예산과 인력의 낭비도 발생한다”며 “중소기업 수출지원 사업에 대한 질적 평가와 사업 수행기관의 핵심역량 평가를 통해 필수불가결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유사중복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통상정책실장도 “중소기업청과 코트라,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각 부처에 산재해 있는 지원 법률이나 제도를 통합해 관련 정책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