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 다니는 김정환(49)씨는 정부가 배당을 장려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배당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직접 투자는 자신이 없어 한 펀드 평가 사이트에서 요즘 돈이 몰린다는 배당주 펀드를 알아보다가 펀드가 50개가 넘는 걸 보고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펀드, 수익률이 좋은 펀드, 변동성이 작은 펀드…. 어떤 펀드를 골라야 '배당주 투자'라는 취지에 잘 맞는 것일까.
본지 금융팀은 금융 및 펀드 전문가 다섯 명과 함께 각 자산운용사의 가장 잘나가는 배당주 펀드를 분석했다. 설정액이 100억원이 넘는 배당주 펀드 중에 자산운용사별로 올해 초 이후 수익률(8월 8일 기준)이 가장 높은 펀드 8개를 추렸다. 이 펀드들을 수익률·위험도(변동성)·편입종목·수수료 같은 13개 변수로 해부한 결과 '배당주 펀드'라는 테두리에 함께 있지만 그 성격과 수익률에선 큰 차이가 났다. 평가에는 강지영 한국투자자보호재단 연구원, 민주영 펀드온라인코리아 투자교육팀장, 박범영 재테크카페 '텐인텐' 카페장, 안상순 모닝스타코리아 펀드평가분석팀 이사, 어경석 삼정회계법인 금융사업본부 이사(가나다순) 등이 참여했다.
◇수익률, 안정성 모두 좋은 '신영 프라임배당펀드'가 1등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펀드는 평가단 전원이 '1등'으로 꼽은 신영자산운용의 신영 프라임배당펀드(10점 만점에 평균 9.5점)였다. 이 펀드는 수익률이 1년 22%, 3년 42%로 높은 데다 그중 실제 배당으로 챙긴 수익(2.5%)도 다른 펀드(평가 대상 펀드 평균 1.9%)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 수익률이 들쭉날쭉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움직인다는 점도 이 펀드의 매력으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이 펀드는 같은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신영 밸류고배당펀드와 비교했을 때도 배당주 펀드로서 더 매력 있다고 평가했다. 신영 밸류고배당펀드는 12개 증권사에서 팔고 있는데 설정액이 2조2000억원이 넘었다. 반면 프라임배당펀드는 KB국민은행 한 곳에서만 파는데 설정액이 1200억 정도다. 한 전문가는 "설정액이 커지면 그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삼성전자같이 배당수익률이 낮은 초대형주를 많이 섞을 수밖에 없어 '배당주 펀드'의 성격이 옅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2등은 한국의 가장 오래된(2002년 4월 설정) 배당주 펀드로 꼽히는 베어링자산운용의 베어링 고배당펀드가 꼽혔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10% 정도로 중간 수준이었지만 3년(30%), 5년(77%) 등 길게 놓고 볼수록 수익률이 돋보였다. 비슷한 펀드 중에 위험도가 하위 3%에 들어갈 정도로 안정적으로 수익률이 움직이고 매매회전율(한 해에 사고판 주식의 비율)도 80% 정도로 낮은 편이었다. 한 전문가는 "'꾸준한 수익을 원하는 보수적 투자자'를 자처한다면 이 펀드가 제격"이라고 말했다.
3등은 미래에셋 고배당포커스펀드였다. 배당수익률이 연 2.9%로 평가 대상 펀드 중에 가장 높아 '배당주 펀드라는 취지에 가장 충실한 펀드'라는 평가를 받았다. 가장 많이 투자한 종목은 '우량한 배당주'로 꼽히는 SK텔레콤(지난해 배당수익률 4.09%)이었다. 투자한 종목 '톱(top) 5' 중에 삼성전자가 포함돼 있지 않은 펀드(중소형 펀드 제외)는 이 펀드가 유일했다. 단 수익률이 고르지 않고 변동성이 크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저배당주' 삼성전자 많이 담으면 배당주 펀드엔 마이너스
중위권(4~6등)엔 동양 중소형 고배당펀드, 삼성 배당주 장기펀드, 마이다스 블루칩 배당펀드 등이 올랐다. 지난 1년 수익률이 나쁘지 않은 15% 안팎을 기록한 펀드들이었다. 동양·마이다스 펀드는 매매회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점수를 깎아먹었다. 매매회전율이 높으면 그만큼 수수료를 많이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률을 까먹는다. 만들어진 지 1년 6개월 정도밖에 안 된 삼성 배당주 장기펀드는 삼성전자 주식을 평가 대상 펀드 중 가장 많은 17%나 담고 있어 배당주 펀드의 성격을 흐렸다는 지적이 많았다. 삼성전자는 최근 3년 배당수익률이 시장 평균의 절반도 안 되는 0.7% 정도인 '저배당주'다.
끝에서 둘째인 '하나UBS 배당 60' 펀드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이 펀드의 가장 큰 '마이너스' 요소는 3.5%밖에 되지 않는, 눈에 띄게 낮은 3년 수익률이었다. 그런데 1년 수익률은 13%로 좋은 편이었다. 평가단 조사 결과 이런 기간별 수익률 괴리 현상은 펀드매니저 교체 때문에 발생했다. 하나UBS자산운용은 지난해 8월 '스타 펀드매니저'로 꼽히는 김영기씨를 주식운용본부장(CIO)으로 영입했는데 이후 수익률이 가파르게 좋아졌다는 것이다. 꼴찌는 KB자산운용의 '배당 포커스' 펀드였다. 배당수익률은 2.0%로 나쁘지 않았지만 1·2·3년 수익률이 비교 대상 펀드 중 최하위이고, 위험도는 최상위(96%·변동성이 가장 큰 펀드 상위 3%에 들어다는 뜻)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