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12일 SUV(스포츠 유틸리티 자동차) '싼타페 2.0 2WD AT'(2륜구동 자동변속기 모델)를 구입한 소비자에게 1인당 최대 40만원을 일시불로 보상하기로 했다. 한국 자동차 업계 초유의 이번 결정은 올 6월 말 국토부가 이 차량에 표시된 연비(燃比)가 '실제보다 8% 이상 낮다'고 공식 지적하면서 연비 과장 시비가 불거진 데 대한 사과(謝過) 의미에서다. 하지만 당시 함께 정부 지적을 받은 쌍용차와 수입차인 BMW 등은 현재 보상 계획이 없어 향후 자동차 업계에 후폭풍이 예상된다.

연료 등 비용 증가분+위로금을 지급

현대차는 '싼타페 2.0 2WD AT'를 구입한 고객들에게 연비 하락에 따른 연료 사용 증가 같은 추가 비용분에다 위로금을 합쳐 보상금으로 지급한다. 이 차의 공식 연비가 기존 14.4㎞/L에서 13.8㎞/L로 하향 조정될 경우, 연간 부담금이 약 7만2400원 더 늘어나는 것을 기준으로 삼았다. 또 차를 한 번 구입하면 평균 5년쯤 후 교체한다는 점을 감안해 보상 대상 기간을 5년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5년 동안 추가 발생하는 기름값(약 36만2000원)에다가 이 기름값의 15%를 위로금으로 산정해 최대 40만원을 책정한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14만명에 이르는 해당 차량 소유자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실제 보상이 이뤄지는 데는 2~3개월 더 걸릴 것"이라며 "매년 소비자들이 기름값을 얼마 더 썼는지 계산해 이를 물어주는 게 정확하지만 소비자 불편이 예상돼 해외 사례를 따라 보상금을 정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2012년 4월 출시된 신차를 구입해 지금까지 타고 있는 A씨는 40만원을 모두 받을 수 있다. 그러나 B씨가 싼타페를 사서 1년간 몰다 C씨에게 팔았다면, B씨는 1년치인 8만원을 받고 C씨는 나머지 32만원을 받는다. 일괄 보상 방식인 만큼 C씨가 D씨에게 내년에 차를 팔아도 D씨는 따로 보상을 받을 수 없으며, 중고차를 사고파는 당사자들이 알아서 차값에 이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

현대차는 최근까지 국토부의 연비 과장 지적에 강하게 반발했다. 12일에도 "소비자 혼란에 대해 책임진다는 뜻이지 연비 과장을 인정하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수정 연비를 국토부가 실제 측정했다고 한 13.2~13.5㎞/L가 아닌 13.8㎞/L로 신고하기로 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올 6월 당시 싼타페 연비가 적합하다고 판정한 점을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자동차 관련 핵심 규제를 틀어쥔 국토부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연비 관련 규정이 올 연말 바뀌면 국토부는 리콜(회수 및 무상 수리)과 연비 사후 검증 등 핵심 규제를 모두 맡는다. 자동차 업체가 국토부에 밉보여 좋을 이유가 전혀 없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철 산업연구원(KIET) 기계·전자산업팀장은 "현대차가 억울할 수 있겠지만 지금 손절매(損切賣) 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BMW 등도 연비 보상할까

연비 파동은 자동차 업계 전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올 6월 말 현대차와 함께 국토부로부터 연비 과장 지적을 받은 쌍용차 '코란도 스포츠 CX7 (4WD 6AT)'와 산업부의 부적합 판정을 받은 BMW '미니 쿠퍼 컨트리맨', 폴크스바겐 '티구안 2.0 TDI'등을 구입한 고객들이 보상을 잇따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쌍용차는 이날 "보상 계획이 없다"며 "당시 국토부와 산업부의 연비 검증 결과가 달랐기 때문에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코란도 스포츠'에 대해 국토부는 '연비가 10.7% 부풀려졌다'고 했고, 산업부는 오차 허용 범위 이내여서 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린 바 있다. BMW·폴크스바겐·아우디·크라이슬러 등 수입차도 "연비 과장 지적이 억울하다"며 "산업부가 과태료를 매기기로 한 상황이라 처분을 기다리고 있지만 현재 보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쌍용차 등 당시 연비 과장 지적을 받은 업체를 대상으로 제기된 집단소송이 계속 진행되는 것도 변수이다. 이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예율 측은 "현대차가 제시한 금액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며 "현대차 보상에 만족하는 분들은 소송 철회를 해도 좋다고 안내할 계획이지만 추가 소송도 따로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별도로 현대차 고객들이 추가 불만을 제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서울대 민경덕 교수(기계항공공학부)는 "이번 연비 논란을 계기로 정부가 연비 검증 절차를 투명하게 마련해 소비자와 자동차업체가 모두 수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