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타페.

현대자동차가 국토교통부로부터 연비 부적합 판정을 받은 싼타페(DM) 2.0 이륜구동 자동변속기 모델의 제원표상 연비를 기존 L당 14.4㎞에서 13.8㎞로 변경하겠다고 12일 발표했습니다. 또 피해를 본 소비자에게 최대 4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보상안도 내놨습니다.

하지만 이를 반가워해야 할 소비자들은 사실 더 큰 혼란에 빠질 상황이 됐습니다. 현대차가 자동차 뒷유리에 부착하는 라벨의 표시 연비는 기존대로 L당 14.4㎞로 표시할 방침이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등록증에 표시된 연비와 뒷유리에 표시된 연비가 다르다는 이야기인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일까요?

싼타페의 연비 논란은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자기인증 적합조사(사후 검증)를 실시한 결과 싼타페의 연비가 8%가량 낮게 나와 오차범위를 넘어섰다고 판정하며 시작됐습니다. 반면 같은 차종에 대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사후 검증에서 싼타페의 연비는 적합하다는 판정이 나왔습니다. 정부 부처마다 결과가 다르다 보니 논란이 커졌습니다.

국토부는 올해 재조사를 시행했지만, 결과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연비 과장'이었습니다.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느냐는 논란 속에서 기획재정부와 국무조정실까지 나서 중재를 해봤지만, 결론은 '두 조사가 모두 맞다'는 이상한 것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분명히 하나인 데 부처가 다르면 판정도 다를 수 있다는 결론에 많은 국민은 동의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는 그동안 산업부 판정을 근거로 국토부의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습니다. 하지만 국토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결국 제원표 연비를 낮추고 소비자 보상도 하겠다며 백기를 들었습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국토부가 판매 중단 조치까지 내릴 권한을 가진 상황에서 현대차가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가를 했습니다.

문제는 현대차의 이번 대책이 반쪽짜리라는 점입니다. 자동차 뒷유리에 부착하는 라벨의 표시 연비는 그대로 두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라벨에 적힌 표시 연비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인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근거한 것이라 제조사가 마음대로 바꿀 수 없습니다. 반면 제원표의 연비는 국토교통부 소관인 자동차관리법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산업부가 싼타페의 연비 L당 14.4㎞가 적합하다고 판정한 상황이다 보니 현재로서는 현대차가 라벨 표시 연비를 마음대로 바꿀 수가 없는 것입니다. 결국 정부 부처 간 싸움에 제조사와 소비자만 계속 골탕을 먹는 셈입니다. 이왕 제원표상 연비를 낮춘 현대차가 라벨 표시 연비를 고집할 필요는 없는 상황입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원표의 연비를 낮추고 피해를 본 소비자에게 보상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소비자를 위한 결정이었다"면서 "앞으로 산업부와 라벨 표시 연비에 대한 논의도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산업부가 이를 받아들인다면 기존의 조사 결과가 틀렸다고 자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상당 기간동안 싼타페는 두 가지 연비를 달고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국민(소비자)입니다. 뒷유리에 적힌 연비와 실 연비가 많이 차이가 나도 하소연할 근거가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국토부나 현대차 입장에서는 제원표 연비를 고쳤으니 문제가 없다고 하기 쉽습니다.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모셔야 할 대상은 국민입니다. 마찬가지로 자동차 회사에 가장 중요한 사람은 고객입니다. 이들을 무시하는 정부나 기업은 결국 심판을 받게 마련입니다.

끊임없이 논란을 만들고, 조정에 실패한 정부에 이번 사태의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동차 회사도 책임에서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두 가지 연비가 표시된 새 차를 받아든 소비자에게 "이것은 정부 탓"이라고 돌린다 한들 이해해 줄 소비자는 별로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부와 제조사가 다시 머리를 맞대고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왕 할거면 빠를수록 좋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