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주민등록번호 활용이 까다로워지면서 금융회사들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6개월의 유예기간 동안 계좌번호, 카드번호, 생년월일 등 대체 수단을 통한 본인확인 체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주민번호 활용이 불가피한 업무에 대해서는 각 협회를 통해 의견을 모은 뒤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7일부터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금융회사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보호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 등 관계 법령에 근거가 있는 업무 외에는 주민등록번호 수집과 활용을 할 수 없다. 지금까지 금융회사가 이같은 근거 없이 업무상 편의나 관행에 따라 주민번호를 수집·활용해온 업무는 각 기관마다 40~50개 항목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고객센터를 통한 단순 상담, 공과금수납기 이용조회, 계좌 잔액조회 등의 업무는 개정 법령상 근거가 없다.

관련법에 근거조항이 있는 것은 금융거래인 계좌거래, 신용조회, 채권추심, 결제업무, 보험금 지급업무 등이다. 금융회사들은 이를 제외한 업무에 대해 주민번호 대신 계좌번호나 고객 고유번호, 전화번호, 신분증 등을 통해 본인여부를 확인하는 시스템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시중은행들은 올해 상반기부터 시스템 변경에 착수했으며 올해 하반기 중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정부는 개인정보법 개정과 함께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2015년 2월까지 6개월간의 유예를 두고 대체 본인확인수단을 마련하도록 했으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시중은행은 이날부터 지점업무시 단순 조회업무 등은 주민번호 13자리를 모두 쓰지 않도록 신청서 서식을 바꿨다. 생년월일인 앞자리 6개 숫자만 입력·기재하면 나머지 본인확인 절차는 계좌번호나 신분증 등을 통해 이뤄진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의 혼란을 막기 위해 법령 시행 이전인 이달 1일부터 대체수단을 통한 본인확인을 시범 시행했다"며 "주민번호 이외의 번호를 통해 전산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전산작업도 90%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카드회사, 캐피탈사, 보험회사 등도 대체인증수단 마련에 나섰다. 다만 이들 업권의 경우 부수업무 범위는 넓은데 주민번호 활용 범위는 명확히 정해지지 않아 혼란을 겪고 있다. 가령 금융위는 카드사가 통신사와 제휴해 이동통신비를 카드로 자동결제하는 업무, 아파트 관리비를 자동결제하는 업무 등은 금융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이들 업무의 경우 지금까지는 주민번호를 통해 본인여부를 확인했지만 앞으로는 이같은 업무에 대신 사용할 대체인증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일부 보험회사는 이날부터 보장내역이나 납입보험료를 확인하기 위한 단순 전화상담시에는 주민번호를 수집하지 않기로 했다.

이처럼 아직 금융거래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일부 업무는 주민번호 활용이 더 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금융회사들은 은행연합회, 여신금융협회, 생명·손해보험협회 등 각 협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달쯤 금융당국에 유권해석을 의뢰할 계획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잔액조회나 이자조회 같은 단순 조회업무는 근거조항이 없어 현행 법령대로라면 금융회사 자동응답서비스(ARS)에 전화를 걸어 상담원과 연결해 계좌번호, 카드번호, 생년월일 등을 불러줘 신원을 확인한 뒤 잔액을 조회할 수 있어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며 "대체인증번호를 통한 조회 시스템을 마련하는 동시에 일부 업무는 주민번호 활용을 허용해줄 것을 금융당국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