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장지동(長旨洞)은 예전부터 버드나무가 많아 장지리(里), 잔버드리라고 불렸다고 한다. 마을이 길다랗게 형성돼 있어 장지동이라고 불렀다는 얘기도 있다. 이 일대에 지난 1996년 지하철 8호선이 개통되자 ‘장지역’이란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장지역 유동인구가 많아지고 위례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지역 주민들이 역이 개통된지 20여년이 지나서 개명을 요구하고 있다.

송파구와 경기 성남시에 걸쳐있는 위례신도시에 전철을 타고 진입하려면 8호선 장지역, 복정역을 이용해야 한다.

31일 송파구청에 따르면 위례시 주민들은 이달 초 박원순 서울시장이 위례신도시를 찾았을 때 장지역이 ‘묫자리’를 뜻하는 장지(葬地)를 떠올리게 한다면서 ‘가든파이브역’으로 개명을 요청했다. 복정역에 대해서도 ‘위례’라는 단어가 들어가게 해달라며 개명을 요청했다.

위례신도시에는 위례중앙역(가칭)이 들어오고 8호선 복정역과 산성역 사이에 우남역(가칭)이 개통될 예정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가안을 몇개 선택해 송파구청으로 보내면 해당 역의 반경 500m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며 “송파구 지명위원회와 서울시 지명위원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연장 개통 공사가 한창인 지하철 9호선 역사의 이름을 두고서 지역 주민들이 벌써 옥신각신하고 있다. 5호선 올림픽공원역 옆을 지나는 9호선 937정거장은 실제 강동구 관할이지만 주변 부동산 업체들이 ‘오륜역’, ‘방이역’으로 가칭을 임의로 정해 부르면서 강동구 주민들이 강동구의회를 통해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강동구의회 관계자는 “오륜역, 방이역이라고 부르면 송파구 관할인 것처럼 오해할 소지가 있다며 주민들이 ‘신둔촌역’으로 이름을 붙여달라고 의견을 냈다”며 “서울시 교통정책과에 둔촌동 주민 의견을 반영한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강동구는 2016년 3월 9호선 937정거장이 완공되면 주민 의견을 수렴해서 서울시 지명위원회에 건의할 예정이다.

삼성동을 통과하는 9호선 928정거장과 929정거장도 주민들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른 이름을 붙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시 지명위원회는 928 정거장에 대해서 ‘학당골’, 929정거장에 대해선 ‘봉은사’로 심의를 했다. 그러나 삼성동 주민들은 ‘학당골’이 ‘납골당’을 떠올리게 하고 세련되지 못하다며 ‘삼성중앙역’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봉은사 바로 앞에 지어질 예정인 929역에 대해서 주민들은 ‘봉은사역(코엑스)’으로 병기해달라고 요청했다. 강남구청은 이 같은 주민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서울시 지명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한 상태다. 서울시는 9호선 추가 정거장이 개통되는 시점에 맞춰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다만 ‘신둔촌동역’, ‘신삼성역’과 같이 기존에 있는 역 이름을 소폭 변형한 이름이 선택받을지는 불투명하다. 과거에 송파구는 ‘신천역’을 ‘신잠실역’으로 개명해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한 적이 있지만 서울시 지명위원회는 “인근에 잠실역, 잠실나루역이 있어 ‘신잠실역’이란 이름이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거절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새로 생기게 될 9호선 937정거장은 5호선 올림픽공원역과 5호선 둔촌동역 사이를 관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