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을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재난망 구축에 필요한 기술방식, 주파수, 구축방식 등이 도출돼 최종 검토단계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난망 구축 사업이 11년동안 제자리걸음을 했던 원인인 '예산(돈)' 문제가 변수로 떠올라, 구축사업자가 정해져도 정부와 마찰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재난망 구축은 올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과 소방, 해군이 각기 다른 통신망을 사용, 재난 현장에서 의사소통에 '골든타임'을 고스란히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 연말까지 재난망에 필요한 차세대 기술방식을 확정하고, 내년에 시범사업을 거쳐 2017년에는 서울·경기와 5대 광역시에 재난망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 LTE 방식으로 700MHz 대역 20MHz 할당 유력
이달 3일 마감된 국가재난안전통신망 구축사업에 제안서를 제출한 기업들은 모두 기술방식으로 'PS(Public Safety)-LTE'로 채택, 사실상 LTE가 재난망에 활용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권동승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장은 29일 서울 무교동 정보화진흥원에서 열린 '국가재난안전통신망 공개토론회'에서 "미국, 캐나다도 700메가헤르츠(MHz) 대역의 LTE 방식을 재난망으로 채택했다"며 "국내에서도 멀티미디어 지원이 되는 안전한 재난망이 필요한데, 커버리지(통신 가능 지역)가 넓은 FDD(주파수분할) 방식의 LTE가 기술방식으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존 재난망은 음성 중심이었지만 사진 등 영상정보 전송을 위해서라도 데이터통신이 원활하게 지원되는 LTE가 기술로 적합하다는 것이다. TDD(시분할) 방식의 LTE는 기지국을 많이 설치해 투자비용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다.
이상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선임연구원은 "일반 이동통신은 하향(다운로드)이 상향(업로드)보다 많은 주파수가 필요한데, 재난상황에서는 현장사진을 찍어 전송하는 경우가 많아 상향이 주파수가 많이 필요하다"며 "통합망을 구축하면 20MHz폭만 필요한데다, 망관리가 일원화되고 주파수 효율도 좋다"고 했다.
적정 주파수 대역은 즉시 사용할 수 있으며, 지하나 건물 구석구석 도달이 가능한 700MHz 대역이 가장 적합하다고 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28일 "(700MHz 대역에서) 20MHz를 재난망에 할당하는 것은 이견이 없다"고 했다.
◆ 기본 자가망+일부 상용망…천문학적 구축비용 축소가 과제
자가망(독립망)은 초기 구축비용이 많이 들고 시설유지비가 많이 들지만, 이용자가 많아지면 경제적인 장점이 있다. 별도로 망이 운영돼 외부침입이 어려운 장점이 있다.
상용망(통신사가 서비스중인 망)의 경우 기존에 있는 망을 쓰기에 소규모에는 유리하지만 이용자가 많아지면 비용이 늘어난다. 또한, 재난 상황에서 상용 트래픽과의 충돌도 우려되는 문제가 있다.
이에 정부는 기본적으로 자가망을 구축하되 일부 상용망을 활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중이다. 허정회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은 "재난망을 자가망을 하면 철도, 해양 분야에서 겪고 있는 통신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향후 모바일 전자정부 확산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난망을 쓰고 싶은 부처가 있을 경우 공동으로 예산을 부담하면 예산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재난망의 최종 난관은 '돈'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통신망 구축을 위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사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부연구위원은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재난망 구축비용은 1조7000억~2조1000억원 수준인데, 현재 제안된 금액은 2조~5조원대로 이를 모두 초과한다"며 "설치 기지국수를 줄이고 15만대 정도의 단말기를 2~3종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예상하는 구축비용에 맞출 경우 저가 장비를 사용할 수 밖에 없어, 재난망에 합당한 품질을 맞출 수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최소 2조원 이상의 구축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