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 '스타택' '블랙베리', 카시오 전자사전…. 단종(斷種)된 일부 구형 휴대폰과 IT 기기들이 최근 중고시장에서 '귀하신 몸' 대접을 받고 있다.

직장인 김상민(47)씨는 최근 인터넷에서 스타택 7760 모델을 구입했다. 스타택은 1996년 출시돼 2000년 단종된 모토로라 최고의 인기 모델 휴대폰 중 하나였다. 단종돼 사라진 2세대(2G) 휴대폰인 스타택을 지금 구입하려면 30만~40만원을 줘야 한다. IT 제품 중고 시장에서는 2012년에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S3 스마트폰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 김씨는 "1990년대 스타택을 사용했던 향수 때문에 가격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오래전 단종된 일부 IT제품들이 최근 중고 시장에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2000년 단종된 모토로라의‘스타택 7760’(오른쪽)과 2012년 단종된 카시오 전자사전‘EW-A3400’.

옥션의 스타택 판매자 손병철(51)씨는 "14년 전 단종된 제품이지만 우리 쇼핑몰에서만 한 달 평균 30대가 팔릴 정도로 인기"라며 "신규 구입뿐만 아니라 한번 구매한 손님이 수리나 부품 교체를 위해 찾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전자사전은 스마트폰 등장 이후 거의 사라져가는 추세다. 하지만 2012년 단종된 카시오 전자사전(엑스워드 시리즈)은 중고 시장에서 출시 당시 가격인 32만9000원보다 훨씬 비싼 61만5000원에 팔리고 있다. 두 달 전 네이버 '중고나라'에서 카시오 전자사전을 구매한 권순완(29)씨는 "잡다한 기능 없이 사전 기능만 쓸 수 있어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전자사전보다 편리하다"고 말했다.

중고 제품을 찾는 사람들은 최신 스마트폰의 복잡한 기능보다 옛날 제품의 단순함을 선호했다. 2011년 단종된 '블랙베리 9000'을 최근 구입한 김관희(25)씨는 "요즘 스마트폰의 터치형 자판과 달리 컴퓨터 키보드와 똑같은 블랙베리의 쿼티 자판이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박석영 옥션 전략사업팀장은 "요즘 IT 제품의 교체 주기가 빨라지는 것도 중고 시장을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옥션 중고장터에서 IT·가전제품의 거래 비중은 35%에 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