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IT기업 애플은 미국 내에서는 생산 공장을 두지 않아 최근 몇 년간 많은 논란을 빚었다. 정치인들은 "엄청난 수익을 거두는 애플이 국내의 일자리 창출에는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고 애플을 몰아세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1년 고(故) 스티브 잡스 CEO를 직접 만나, "미국 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더 기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 일자리 창출을 말하기 전에 미국 정부는 숙련된 근로자를 먼저 육성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랬던 애플이 지난해 중국에 있던 '맥(Mac)' 컴퓨터 생산 라인을 미국 텍사스주(州)로 옮겼다. 애플을 움직인 것은 정치권의 압력이 아니라 텍사스주의 화끈한 인센티브였다.

주정부 차원에서 부과하는 법인세를 전액 면제해주고, 여기에 더해 애플이 고용을 1명 창출할 때마다 현금 인센티브를 5800달러(약 590만원) 지원해주기로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텍사스주는 미국 기업들에 '천국'으로 불리며 1년 만에 일자리를 31만개 유치해 미국 50개 주 가운데 고용성장률 1위를 기록했다.

수십조원씩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기업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것은 한국뿐 아니다. 미국·유럽·일본 등 각국 정부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페널티(penalty)를 주기보다는 규제 철폐와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있다.

영국은 올 2월부터 '레드 테이프 챌린지'란 규제 철폐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규제 3095개를 대상으로 매일 혁파 상황을 인터넷에 공개한다. 이를 통해 기업 부담을 매년 8억5000만파운드(약 1조4700억원)씩 줄여주겠다는 목표다. 이에 화답하듯 올 1분기 영국 기업의 설비투자는 직전 분기보다 5% 늘어난 334억파운드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파산했던 아일랜드는 철저한 친(親)기업적인 정책으로 작년 말 가장 먼저 구제금융을 졸업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아일랜드가 법인세율을 유럽 다른 나라의 절반 수준(12.5%)으로 유지한 것이 회생의 비결"이라고 꼽는다. 파격적인 유인책 덕분에 구글·애플·트위터·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들의 유럽 본사가 아일랜드에 자리를 잡았고, 일자리와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