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나온 모든 것을 감안해서 판단하시라"고 말했다. 전날인 21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찬 회동에서 "내수 부진 등 하방 리스크(경기 하락 위험)가 커지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고 한 발언에 비춰보면,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이 총재가 금리 인하에 무게를 두고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나 여론이 금리 인하를 과도하게 요구하고 있다. 8월에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금통위가 '역적(逆賊)'으로 몰릴 지경"이라며 "만약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그런 압력에 밀린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금통위의 경기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해두고 싶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경제동향간담회에서 학계, 산업계 등 참석자 6명과 최근 경기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참석자의 과반수인 4명이 경기 회복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규제 개혁 드라이브가 주춤거리고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기업의 부담이 되는 만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한은이 담당하는 금리 문제 외에 다양한 경제 현안들이 제기됐다"면서 "한은 총재가 재정 정책의 수장인 경제부총리와 함께 경제 정책의 '투 톱'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