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두두두두두…”

지난 18일 경남 사천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공장 옆 활주로에서 한국형 기동헬기 KUH 수리온이 이륙 준비를 하고 있었다. 헬기는 순식간에 공중으로 치솟았고, 제자리에서 5분가량을 머문 뒤 기체를 45도로 틀어 비행을 시작했다. 구름이 잔뜩 낀 날씨였지만, 이날 KAI 본사 상공에서는 각종 헬기와 항공기가 시험 비행을 하며 분주한 모습이었다.

KAI가 제작한 수리온이 하늘 위를 날고 있다.

축구장 3개 규모의 공장에 들어서자 다목적 전투기 FA-50과 수리온의 조립 작업이 한창이었다. 아직 도색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연두색 기체 주변에서 직원들이 부품을 조립하고 있었다. KAI 관계자는 “현재 군수품 위주의 사업 구조를 갖고 있지만, 앞으로는 민수용 제품 비중을 높여 세계 15위권의 항공업체로 도약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KAI 사천공장에서 수리온이 제작되고 있는 모습.

◆ 보잉도 인정한 첨단 공장

KAI는 사천공장에서 소형전투기인 T-50과 다목적 전투기 FA-50, 한국형 기동헬기 KUH 수리온 등을 만든다. F-15 전투기용 윙립(비행기 날개 뼈대)도 만들어 보잉에 납품한다. 이 공장에서 만드는 항공기는 한 달에 3대가량.

항공기 제작은 극도의 정밀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조립 작업을 하나 마칠 때마다 일일이 성능을 점검하며 다음 공정으로 넘어간다. 작은 나사 하나도 정확한 위치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기계가 부품을 싣고 다니며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다. 공장 관계자는 “정확한 위치를 찾기 위해 공장 바닥에 수많은 센서를 심어놓았다”면서 “지하에 또 하나의 건물이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자동 드릴링 시스템도 대표적인 자동화 사례다. 비행기에는 약 1만여개의 나사 구멍이 있는데, 예전에는 작업자들이 이 구멍을 직접 뚫고 나사를 채워넣었다. 지금은 정밀 기계로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구멍을 만들어낸다.

첨단 항공기 제작 공정을 보유한 덕분에 KAI의 생산 라인은 보잉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KAI 관계자는 “보잉은 공장 라인을 조금만 바꿔도 간섭할 정도로 깐깐하다”면서 “하지만 F-15용 윙립의 품질이 좋아 KAI 공장에 대해서는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장에는 미국 공군 관계자들도 눈에 띄었다. 미국 고등훈련기(T-X) 도입과 관련해 실사팀이 기체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온 것이다. 하성용 KAI 사장은 “이 사업의 규모만 2000여대에 이른다”며 “KAI의 앞으로 30년 먹을거리를 좌우하는 중요한 사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KAI 사천공장에서 T-50이 제작되고 있는 모습.

◆ “민수 비중 확대해 2020년 항공우주업계 15위 진입”

KAI는 현재 군수 사업 비중이 높은 편이다. 지난해 매출은 2조163억원. 이 중 군수 사업이 55%, 민수 사업이 4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는 민수 사업 비중을 크게 늘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민수 사업의 경우 소방용, 응급 환자 이송용, 의전용 등 군수 사업보다 수요처가 훨씬 다양하다.

특히 이번에 수주한 LAH(소형무장헬기), LCH(민수헬기)가 KAI의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KAI는 2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방위사업청에서 ‘소형민수헬기(LCH) 핵심기술개발사업 예비사업자 및 소형무장헬기(LAH) 체계개발사업 우선협상 대상 업체’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1만 파운드(약 4500㎏)급 소형 무장헬기와 소형 민수헬기를 연계 개발하는 사업으로, 국내 투자액만 1조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KAI는 앞으로 국내외 협력 업체를 선정해 LAH와 LCH의 개발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LCH의 경우 현재 이탈리아 아구스타 웨스트랜드, 프랑스 에어버스, 미국 벨, 시콜스키 등의 해외업체가 참여하고 싶다고 제안을 해온 상태다.

KAI는 LAH와 LCH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며 약 34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AH의 전력화 이후에도 LCH 생산 라인이 그대로 유지돼 안정적인 후속 지원과 운영 유지비 절감 등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KAI는 LAH와 LCH를 총 1000대 이상 생산하고, 이 중 600여대는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액으로는 약 33조원에 달하며 16만명분의 일자리도 생긴다고 KAI는 설명했다. 하성용 KAI 사장은 “민수 비중을 65%까지 높여 2020년까지 매출 10조를 달성하고, 2012년 기준 57위인 세계 항공업계 순위를 15위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KAI가 개발할 계획인 LAH(소형 무장헬기)의 모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