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자동차 업계를 휩쓸고 있는 '전기차 혁명'에 독일 고급 자동차 브랜드들이 잇달아 뛰어들고 있다. 특히 주행거리나 충전이 제한적인 전기차(EV)보다는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으로 구동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량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BMW와 아우디가 올 하반기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인 BMW ' i8'(왼쪽 큰 사진)과 아우디 'A3 이-트론'(오른쪽 큰 사진)을 나란히 선보인다. A3 이-트론은 라디에이터 그릴 중앙의 엠블럼을 젖히면 충전 콘센트가 나온다(가운데 위). i8은 날개처럼 위로 열리는 독특한 윙도 어를 갖췄다(가운데 아래).

BMW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i8

지난 8일 오후(현지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중심가의 올렝티 스퀘어. 미끈한 모습의 BMW i8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i8은 전기차인 i3에 이어 BMW가 i시리즈로 내놓은 두 번째 모델이다. BMW 그룹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이다. 차체 중앙을 타고 흐르는 '블랙 벨트'의 인상이 강렬했다. 공기 역학을 반영해 미끈하게 흐르는 측면 라인은 육감적이다. 차체의 무게는 1485㎏. 비슷한 크기의 BMW 3시리즈 세단(1755㎏)보다 270㎏ 가볍다. 승객실을 이루는 '라이프 모듈(life module)'을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으로 제작했고 구동 시스템과 배터리, 섀시 등으로 구성된 '드라이빙 모듈'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BMW i8은 하이브리드 맞춤형 4륜 구동 장치를 도입했다. 트렁크 쪽에 얹은 배기량 1.5L짜리 3기통 가솔린 트윈파워 터보 엔진은 최고 출력 231마력을 6단 자동 변속기를 통해 뒷바퀴로 전달한다. 보닛 아래 설치된 전기모터는 2-스테이지 자동 변속기를 통해 최고 출력 131마력을 앞바퀴로 전달한다. 속도에 따라 후륜 구동(엔진)과 전륜 구동(전기모터) 방식을 적절히 가동해 힘과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은 4.4초다.

밀리노에서 서쪽으로 130㎞ 정도 떨어진 벨라비스타(Bellavista) 와이너리를 잇는 구간에서 i8을 시승했다. 시동 버튼을 누르고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컴포트(comfort) 모드'로 출발했다. 시속 50㎞ 정도로 정속 주행하다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으니 목이 뒤로 확 젖힐 정도로 힘차게 반응했다. 시속 120㎞를 넘어서자 '스포츠 모드'로 변환되며 뒤쪽에서 육중한 엔진음이 들렸다.

i8 개발에 참여한 라이더 플렉(Fleck) 수석은 "전기모터로 최대 37㎞까지 주행하고 시속 120㎞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엔진과 모터 등 두 동력원이 공조(共助)하면 최대 시속 250㎞까지 내고 최장 600㎞까지 주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속도로 직선 주로에서 가속페달을 서서히 밟아봤다. 시속 180㎞, 200㎞까지 무리 없이 속도가 올라갔다. 엔진과 전기 모터가 동시에 가동돼 페달을 밟는 즉시 속도가 착착 붙었다. 계기판에 시속 250㎞가 찍혔지만 차체 흔들림이 없었다. 구불구불한 오르막 산길 구간에서는 노면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었다. 운전자의 조작을 스티어링 휠이 정확히 받아들여 예리하게 반응했다.

i8의 연비는 L당 47.6㎞(EU 기준)이다. 차체 중간 아래쪽 부분에 장착된 리튬 이온 고전압 배터리는 일반 가정용 전원이나 BMW i 전용 충전기 등을 이용해 2~3시간 정도면 충전할 수 있다.

아우디는 소형 A3 이-트론 공개

아우디는 기존 A3 스포트백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lug-in Hybrid)' 시스템을 장착해 'A3 이-트론(e-tron)'을 출시했다. 라디에이터 그릴 중앙의 엠블럼을 옆으로 젖히면 충전 콘센트가 나온다. 3시간 충전하면 전기로만 50㎞를 달릴 수 있고, 충전된 전기가 소진되면 저절로 하이브리드 모드로 전환돼 전기가 생산된다. 연비는 유럽 기준 L당 66.7㎞다. 도심 운행에 탁월한 전기차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장거리 운행 시에는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아우디의 야심작 A3 이-트론의 양산 모델은 지난달 27~2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국내 언론에 처음 모습을 보였다.

A3 이-트론의 운전 모드는 ▲순수 전기로만 움직이는 EV 모드 ▲일반 하이브리드차와 비슷한 하이브리드 오토(hybrid Auto) 모드 ▲엔진으로만 달리는 하이브리드 홀드(Hybrid Hold) 모드 ▲배터리를 빨리 충전하는 하이브리드 차지(Hybrid Charge) 모드 등 4가지다. 시동을 걸고 EV 모드로 출발했다. 엔진이 아니라 전기 모터로 움직이는 만큼 소리가 거의 나진 않았지만,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가속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언덕을 오를 때도 전혀 어려움을 느낄 수 없었다. 전기모터로만 최대 시속 130㎞까지 속도를 냈고, 시속 60㎞까지 걸린 시간은 4.9초에 불과했다.

충전된 전기가 소진될 즈음 하이브리드 오토로 전환했다. 일반 하이브리드와 마찬가지로 내연기관을 기본으로 주행하며 전기모터가 도움을 주는 식이다. 1.4L 엔진과 전기모터는 최대 출력 204마력까지 낸다. 하이브리드 모드에서 최고 속도는 시속 222㎞.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은 7.6초다.

시승 코스였던 빈 근교 툴빙거 코젤(해발 500m) 언덕을 내려와 도심으로 들어가기 위해 하이브리드 차지 모드로 전환했다. 도심에서 EV 모드로 쓰려면 전기를 충전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행 20분 만에 EV 모드로 전환될 만큼 전기가 충분하다는 표시가 들어왔다. 전기 충전 상태는 운전석 앞 계기판을 통해 수시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올겨울 독일과 중부 유럽에서 시판될 A3 이-트론은 유럽에서 3만7900유로(약 5200만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내년쯤 시판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