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우리나라는 달 탐사를 계획하고 있다. 달 탐사선은 어떻게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달로 갈 수 있을까. 치밀한 수학적 계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난 9일 미국의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가 발사된 지 37년 만에 태양의 영향권을 벗어난 것도, 1969년 아폴로 11호에 탄 우주인이 처음으로 달에 도착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수학과 수학자였다.

달 탐사선 궤도 찾는 미분 방정식

1969년 7월 16일 아폴로 11호의 발사 순간 지상 통제실의 맨 앞자리는 수학자들이 차지했다. 모니터에는 그들이 계산한 우주선의 궤도가 올라와 있었다. 아폴로 11호는 지구를 떠난 후 우주공간에서 지구와 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을 일정한 속도로 돌았다. 여기서 달로 가려면 엔진을 점화해 가속도를 얻어야 한다. 17세기 뉴턴은 속도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비율이 가속도임을 밝혀내고 이를 미분(微分) 방정식으로 표현했다.

수학자들은 뉴턴 수학을 이용해 어느 지점에서 가속해야 달의 궤도에 정확히 들어갈 수 있는지 계산해냈다. 우주선이 정해진 궤도를 벗어나면 그때는 어디에서 가속해야 하는지도 계산했다. 발사된 지 37년 만에 이달 초 태양의 영향권을 벗어난 보이저 1호나 지금 우주에 떠 있는 수많은 인공위성도 역시 같은 방법으로 길을 찾았다. 인류의 무대가 우주로 확장되는 문명의 변혁기에 수학이 있었던 것이다.

피라미드에 숨어 있는 황금비

달 탐사를 가능하게 해준 뉴턴의 수학은 5000여년 전 이집트 문명에서 꽃핀 기하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집트 기하학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와 에우클레이데스(영어명 유클리드)로 이어졌으며, 르네상스 시기 유럽에서 재발견됐다. 뉴턴은 이를 이용해 모든 물체의 운동에 대한 역학을 완성했다. 뉴턴의 책 '프린키피아'는 순전히 기하학 도형으로 가득 차 있다.

이집트 기하학의 상징은 피라미드였다. 피라미드는 네 개의 정삼각형이 51도 각도로 사각뿔을 이룬 것이다. 피라미드 높이와 각 면의 높이, 그리고 중심에서 각 면의 아랫변 중심에 이은 선들은 정확히 직삼각형을 이룬다. 이집트인들은 매듭이 있는 줄을 가지고 길이의 비가 3:4:5인 직각삼각형을 만들어 피라미드 건축에 썼다고 한다.

특히 피라미드 높이와 각 면의 높이 비율은 1.618의 황금비를 이룬다. 오늘날 모니터의 가로·세로 비율에 이 같은 황금비가 적용된다. 피라미드 밑변의 둘레 절반과 높이의 비는 원주율과 같다. 이집트인들은 원주율의 근삿값을 구하는 방법을 파피루스에 남겼다.

피라미드에 들어간 기하학은 토지 측량에서 비롯됐다. 기원전 5세기의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이집트 기행문에서 "이집트에서는 대홍수로 땅이 유실되면 측량 후 유실된 땅만큼 세금을 빼줬다. 여러 가지 꼴의 토지 넓이를 재는 기술이 발달했다"고 적었다. '기하학(Geometry)'은 그리스어로 '토지(geo)를 측량(metry)하는 것'이란 뜻이다.

전쟁의 흐름을 바꾼 암호 해독

뉴턴의 수학은 전쟁의 판도를 바꾸기도 했다. 당대 문명 주도 세력의 변화에 수학의 힘이 작용한 것이다. 예컨대 뉴턴이 과거의 기하학을 쉬운 수식으로 표현하기 위해 개발한 미적분학은 대포의 탄도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 쓰였다. 포병장교 출신의 나폴레옹이 유럽 정복을 꿈꿨던 이면에 수학적 원리가 숨어 있었다.

뉴턴의 뒤를 이어 튜링은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의 유보트 관련 암호 통신 내용을 해독했다. 독일군은 원판 여러 개를 다양한 방법으로 조합해 암호를 만들었는데, 튜링은 수학을 이용해 이를 역산했다. 연합군이 히틀러를 제압하는 데 수학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이다.

튜링은 이때의 경험을 발전시켜 나중에 이론적으로 컴퓨터의 개념을 만들었다. 그는 튜링머신이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의 사고를 기계가 흉내 내게 할 수 있음을 수학적으로 입증해, 20세기 문명을 송두리째 바꾸는 데 기여했다. 수학자들은 디지털 데이터의 압축과 오류 정정 방법도 개발해 지상과 우주선의 통신을 가능하게 했다. 2020년 수학이 우리를 달로 이끌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