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대 가스관 공사 담합을 주도한 두산중공업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리니언시(자진신고)'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리니언시는 담합 사실을 가장 먼저 실토한 업체에 한해 과징금을 감경·면제해주는 제도다. 담합 가담자들의 내부고발을 유도하기 위한 방편이지만 부당이익을 취한 기업에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도 크다.
16일 경찰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5월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가 건설사들의 '주배관 공사(용어설명 참고)' 담합 수사에 착수하자 두산중공업이 공정위에 리니언시를 신청했다. 두산중공업 외에 다른 한 중견 건설업체 A사 역시 거의 같은 시점에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35조는 '부당한 공동행위임을 입증하는데 필요한 증거를 단독으로 제공한 최초의 자'를 리니언시 인정 요건으로 규정한다.
두산중공업은 이번 담합의 '간사사(幹事社)'로서 불법 행위를 주도했다. 담합 사실 전반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많다. 역시 담합 사실을 신고한 A사를 제치고 리니언시를 인정 받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A사의 경우 공정위로부터 자진신고 당시 제출한 자료가 미흡해 리니언시 인정 요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제비뽑기로 공구별 낙찰 받을 회사와 입찰 가격을 결정했다. 이들은 펜으로 1~22까지 숫자를 쓴 동전을 뽑아 낙찰 순서를 정했다. 순번 외 다른 업체들은 '들러리'로 참여했다. 특정 업체가 낙찰 받을 차례가 되면 나머지 업체 21곳은 약간 높은 액수를 써내는 식이다. 두산중공업은 이 같은 담합의 전 과정을 주도했으며, 가담 업체들의 모임 등을 주선하기도 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이강후 의원(새누리당)은 "내부고발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리니언시 제도가 담합을 주도한 간사사까지 과징금을 면제받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은 담합행위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으므로 시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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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설명
주배관 공사: 주배관은 각 도시까지 연결하는 액화천연가스(LNG)용 관로(管路)다. 한국가스공사는 2009년부터 지방 중소도시에 주배관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두산중공업을 비롯해 삼성물산, SK건설, 대우건설, GS건설, 한화건설 등 건설사들이 서로 짜고 공사비를 부풀려 3000억원에 가까운 부당이익을 취했다(본지 6월 20일자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