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60대 김영호(가명)씨는 작년 7월 결혼 30주년을 맞아 아내와 함께 중국 장가계로 4박6일 패키지여행을 다녀왔다. 그런데 현지에 도착한 첫날부터 예정에 없던 마사지숍, 공연 등의 '선택 관광' 일정이 시작됐고, 가이드는 총 7개의 선택 관광 건별로 20~50달러의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 김씨가 "'선택 관광'이라면 우리 부부는 불참하고 호텔에서 쉬겠다"고 했지만 가이드는 "그렇게는 안 된다"고 했다. 김씨 부부는 당초 여행비로 102만원을 지불했지만 일부 선택 관광에 억지로 참여하느라 현지에서 40여만원을 추가로 써야 했다.

김씨 부부 사례처럼 그동안 해외 여행객들을 골탕먹여온 '선택 관광' 관행이 15일부터 엄격히 제한된다.

'선택 관광' 강요하면 벌금 최고 1억원

작년에 소비자원이 여행객을 가장해 암행감찰식 조사를 벌인 결과 다수의 중국·동남아 패키지여행 상품에서 '선택 관광' 횡포가 적발됐다. 중국 북경의 '인력거 투어', 장가계의 '천문산 케이블카', 홍콩의 '나이트 투어', 태국 방콕의 '코끼리 트레킹', 베트남 하노이의 '하롱베이 모터보트' 같은 상품이 대표적이었다. 이 상품들은 여행객들이 한국에서 패키지여행 상품을 계약할 때는 선택 가능한 것처럼 설명됐지만 현지에서는 거의 '의무 참가 사항'으로 통했다.

한 피해자는 "선택 관광을 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가이드가 동승한 단체 여행객들에게 '저 사람 때문에 우리 일정이 지연된다'면서 면박을 주어 여행 기간 내내 '왕따'처럼 지내야 했다"고 말했다. 현지 가이드가 선택 관광을 강요하는 이유는 한국에서 일감을 발주하는 여행사들이 '초특가' 등으로 값싸게 고객을 유치해 놓고 현지 여행사들엔 가이드 비용을 적절하게 지불하지 않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앞으로는 여행사들이 선택 관광에 대해서는 현지에서 지불하는 경비를 명확하게 표시해 광고해야 한다. 반드시 포함시켜야 하는 선택 관광이라면 아예 본관광에 포함시켜 비용을 계산해야 한다. 또 공정위는 현지 가이드 수당도 반드시 상품 계약 단계에서 비용으로 포함시켜 현지에서 지불하되 이외의 가이드 팁은 여행객들이 자유롭게 지불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이제까지 계약 금액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가 나중에 별도로 청구됐던 유류 할증비도 앞으로는 계약 단계부터 여행 경비에 포함된다.

숙박·가이드 팁 정보도 미리 명확하게 제시해 소비자 피해 없게

여행업계는 공정위의 패키지 해외여행 상품 개선안 시행과 동시에 자정(自淨)을 결의하고 그동안 소비자의 불만이 제기됐던 불합리한 사항들을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소비자원과 한국관광공사·한국여행업협회는 "12개 대형 여행사들이 15일부터 해외 패키지여행과 관련한 정보를 보다 정확하게 게시하는 '국외 여행 상품 정보 제공 표준안'을 전면 시행한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표준안 마련에 참여한 여행사는 내일투어, 노랑풍선, 레드캡투어, 롯데관광, 모두투어, ㈜세중, 여행박사, 참좋은여행, 투어2000, 하나투어, 한진관광, 현대드림투어 등으로 전체 패키지 해외여행 시장의 80%가량을 차지한다. 앞으로 여행사들은 여행 상품 소개시 현지 쇼핑 횟수, 장소, 품목, 소요 시간, 환불 여부 등에 관한 정보를 게재키로 했다. 또 숙박 시설에 대해서는 확정된 호텔은 주소, 연락처, 홈페이지 정보를 게시하고, 미정일 때는 확정 예정 기일과 향후 고지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키로 했다. 다만 여행사 숙박 시설이나 쇼핑 등과 관련한 광고 위반은 공정위의 과태료 부과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아 피해가 있으면 소비자원 소비자상담센터(국번 없이 1372번)나 소송 등 별도의 절차를 밟아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