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넘게 특허침해 소송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과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진 것은 지난 10일. 13일까지 미국 아이다호주(州)의 휴양지 선밸리에서 개최 중인 '앨런&컴퍼니 콘퍼런스' 행사장에서였다. 두 사람은 한 강연을 듣고 나오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최신형 태블릿PC '갤럭시탭S'를, 쿡 CEO는 애플의 '아이패드 에어'를 손에 들고 있었다.

미국 투자은행 앨런&컴퍼니가 10일(현지 시각) 미국 아이다호주(州) 선밸리에서 개최한‘미디어 & 테크놀러지 콘퍼런스’에 참가한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나란히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두 경영자가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지 전 세계 전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의 협의에 따라 세계 전자 업계 판도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兩分)하고 있다. 두 회사는 스마트폰을 두고 계속 소송전을 벌이고 있지만 스마트폰 및 태블릿PC용 화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제조 등에서는 계속 협업해 왔다. 하지만 소송 이전보다는 제한적이었다. 만약 두 사람의 협의로 소송전이 끝나면,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메모리반도체·시스템반도체 등 부품 부문에서 애플과 좀 더 긴밀히 협업해 매출을 크게 끌어올릴 수도 있다. 애플 역시 삼성전자로부터 부품 공급량을 늘리면 더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두 회사 간 분위기는 과거와 비교하면 훨씬 부드러워진 편이다. 과거 애플을 이끈 고(故) 스티브 잡스 CEO는 삼성전자 제품을 비롯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의 경쟁을 '성전(聖戰)'이라 표현했지만, 쿡 CEO는 극단적 표현을 삼가고 있다. 또 올 5월에는 구글과 소송전을 끝내며 화해의 손길을 내밀기도 했다.

이날 만남이 이뤄진 콘퍼런스는 미국 투자은행 앨런&컴퍼니가 1983년부터 매년 7월 개최해온 국제 비즈니스 회의다. 글로벌 미디어와 인터넷 기업 CEO들이 모여 업계의 현안을 논의한다. 모든 모임은 비공개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