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지음|민음사|340~364쪽|각 권 1만3500원(세트 16만2000원)

‘뜨거운’ 책의 재등장이다. 저자 이문열이야 더 소개가 필요할까. 그가 30대 후반 연부역강(年富力强)했던 시절인 1986년 집필을 시작해 1998년 12권으로 초판을 냈던 책이다. 당시에는 문학과지성사를 통해 출간됐다. 이듬해 판매 부수 50만권을 넘기는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2001년 작가의 정치 성향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책을 불태우는 ‘화형식’과 함께 불매 운동에 나섰다. 충격을 받은 저자는 2003년 스스로 절판을 결정한 후 미국으로 떠났다.

이 책은 작가의 전작 소설 ‘영웅시대’의 속편에 해당한다. ‘영웅시대’가 40~50년대를 배경으로 월북한 남한 지식인 ‘이동영’을 다뤘다면, ‘변경’은 그가 남긴 삼남매의 격정적이고 비극적인 삶의 파노라마를 펼쳐 보인다.

저자는 ‘변경’에 착수할 때부터 그 속편으로, 80년대 이후를 배경으로 한 또 다른 소설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때문에 ‘변경’ 초판은 곳곳이 미결 상태로 남아 있었다.

그 사이 작가는 마음을 바꿨다. ‘변경’은 ‘변경’으로 완결짓고, 80년대 이후 이야기는 별도의 독립된 이야기로 풀어내기로 한 것. 이에 따라 ‘변경’의 완결성을 높여 개정판을 내기에 이르렀다.

이 책은 5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 아우르지만 초점은 60년대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는 80년대가 만들었고 80년대를 여는 열쇠는 60년대에 있다고 저자는 믿기 때문이다.

저자는 한국 현대사의 파란만장한 연대기를 배경으로 월북한 아버지를 둔 삼남매의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성장 과정을 통해 시대상을 그려냈다.

재판 서문에서 저자는 이 책에 대해 “공간적 개념으로 거창하게 말하면 일종의 지정학적 장(場) 이론에 거칠지만 통시적인 제국주의론을 얼버무린 나 나름의 시대 인식 틀이다. (중략) 그 세월 분단된 이 땅의 남과 북은 각기 아메리카와 소비에트 두 제국의 가장 끄트머리 변경이 되어 두 제국의 이념적 우위를 선전하는,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전시장으로 기능했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