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가 :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질문

로버트 노직 지음ㅣ김한영 옮김ㅣ김영사ㅣ436쪽ㅣ1만8000원

요즘 부쩍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가'라는 질문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아마도 세월호 참사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국가란 무엇인가'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세월호 유가족의 오열과 울부짖음을 보면서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다시금 나침반을 찾기 시작했다. 가슴이 먹먹한 채 말이다.

1989년 쓰여진 하버드 철학교수 로버트 노직의 책이 좌표를 잃고 방황하는 한국 땅을 밟았다. 책의 원제는 'The Examined Life'이다. 직역하면 '성찰하는 삶' 정도가 된다. 출판사는 책을 '불확실과 혼돈의 시대, 삶의 이정표가 되어줄 지침서'라고 소개하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일종의 철학 교과서라는 걸 알게 된다. 철학 교과서라고 해서 지루하거나 재미가 없진 않다. 반대로 흔한 지침서 처럼 말랑말랑하거나 몇 시간 만에 읽을 수 있는 책은 분명히 아니다. 책을 읽는 내내 나의 삶과 생각을 성찰하게 된다. 이민을 갈 게 아니라면 이 땅에서 어떤 가치를 우선순위 삼아 어떻게 살아야 할 지 고민하게 된다.

저자는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가'라는 소크라테스의 궁극적 질문을 이어받아 역설적 발상과 상식을 깬 추론으로 인생을 통찰하고 삶의 본질과 의미를 독자들에게 묻는다. 인간 존재의 핵심 문제를 다각도로 조명하며 그 실체를 파헤친다. '인간의 조건은 무엇인지, 죽음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늙어야 하는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최종 목표는 무엇인지'

이 책은 철학자들의 사상과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우리 자신과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사고방식에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개인의 성찰을 자극하고 있다. 책은 각각의 짧은 26가지 장(chapter)에서 인간이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에서부터 부모와 자식, 행복, 중요성과 무게, 깨달음, 이상과 현실 등에 초점을 맞추며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세상이 낙원이라면 가치 있는 삶을 쫓을 필요도, 성찰을 해야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미래는 너무도 불확실하고 혼돈스럽다. 이러한 혼돈의 시대일수록 자기를 낮추고 냉철하게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다소 무겁고 어려운 이 책은 읽어볼만 하다. 마음을 중심을 다잡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삶의 진정한 가치를 찾아 분투하는 사람이라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