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유통 명가(名家)'로 꼽히는 롯데그룹 내 두 유통주의 희비가 최근 엇갈리고 있다. 국내 유통주 가운데 시가총액 규모가 가장 큰 롯데쇼핑은 올들어 줄곧 약세를 보였던 주가가 최근까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한 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동생' 격인 롯데하이마트는 지난달부터 눈에 띄게 오르고 있는 것이다.
◆ 롯데쇼핑은 올들어 30% 하락한 후 제자리걸음…롯데하이마트는 한 달간 13% 올라
지난 11일 롯데쇼핑(023530)은 전날보다 0.7%(2000원) 내린 29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사흘 연속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말 40만원을 넘어섰던 주가는 올들어 줄곧 약세를 보이면서 약 30% 하락했다.
롯데쇼핑은 지난달 유통주 전체적으로 하락 폭이 컸고, 정부가 하반기에는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적극적인 내수경기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잠시 반등하는듯 했지만, 이달 들어 다시 약세로 돌아서면서 주가가 3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반면 롯데하이마트(071840)주가는 최근 한 달간 꾸준히 올랐다. 지난달 초 6만3800원까지 떨어졌지만, 이날 7만1900원을 기록하면서 약 한 달만에 13% 상승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069960)이 7.6% 올랐고, 이마트(139480)(2.6%)와 신세계(004170)(0.7%), CJ오쇼핑(4.1%) 등도 한 자릿수의 상승률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유통주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인 셈이다. 한 달간 롯데쇼핑은 주가 변동이 없었다.
◆ 롯데쇼핑, 얼어붙은 국내 소비에 中 실적도 부진…롯데하이마트는 '씨뿌리기' 끝나고 수확 시작
같은 롯데그룹 내 '한 지붕 두 가족'인 롯데쇼핑과 롯데하이마트의 주가 흐름이 최근 엇갈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롯데쇼핑은 그룹 내 유통 사업부를 총괄하는 회사로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를 주력사업 부문으로 두고 있다. 국내 유통시장이 포화상태로 더 이상 신규 백화점, 마트 출점이 어려워진데다 소비경기마저 얼어붙으면서 롯데쇼핑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할인점 시장에 진출해 의욕적으로 투자를 늘려왔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서 현지 유통업체들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롯데쇼핑은 할인점 부문의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롯데마트의 점포 102개 중 62개가 몰린 장쑤성의 경우 현지 경쟁업체가 올들어 40개의 점포를 출점하기도 했다. 내수와 해외시장 모두 고전하면서 롯데쇼핑의 올해 할인점 부문 매출액은 2조19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넘게 감소했다.
최근 서울 송파구의 제2롯데월드 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도 롯데쇼핑의 주가 전망을 어둡게 하는 이유로 꼽힌다. 롯데쇼핑은 123층 규모의 롯데월드타워를 제외한 저층부 공사를 이미 마무리짓고, 곧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안전성과 주변 교통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조기 개장이 벽에 부딪힌 상황이다. 제2롯데월드 저층부에는 명품관과 할인점, 면세점 등 각종 점포가 들어설 예정인데 만약 개장이 지연될 경우 막대한 손실을 입을 우려가 크다.
반면 롯데하이마트에 대해서는 하반기부터 실적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올 2분기까지는 롯데마트 내 출점이 완료되지 않아 제대로 영업이 진행되지 못했고, 인건비와 임차료 부담이 늘면서 실적이 계속 악화됐지만, 3분기 이후부터는 출점이 마무리되고 신규 점포들에서 매출이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올 2분기 롯데하이마트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8.2% 감소한 379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3분기에는 영업이익이 554억원으로 늘고 4분기부터는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증가세로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 하이마트 품은 롯데쇼핑, 하반기에는 반등 전망도
일부에서는 롯데쇼핑이 하반기에는 점차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취임을 앞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부동산 규제완화 등을 통한 내수경기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심리가 점차 살아나고 대형마트에 적용되는 영업시간 규제가 완화될 경우 백화점과 마트 등을 두고 국내에서 가장 넓은 유통망을 가진 롯데쇼핑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롯데하이마트도 롯데쇼핑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이기 때문에 하반기에 하이마트의 이익이 늘면 롯데쇼핑의 실적 개선으로도 이어지게 된다.
그러나 해외 시장에서의 부진은 계속 롯데쇼핑 주가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올해 중국에서의 영업손실 규모는 약 2000억원에 이르고 백화점도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서 추가 출점해 비용 부담이 클 것"이라며 "당분간 주가가 눈에 띄게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