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경기) 하방리스크가 더 크다"며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거의 비슷한 경기인식을 보이면서 최 후보자의 강력한 경기활성화 의지에 화답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2분기 경제성장률이 발표되는 이달 하순 이후 열리는 8월 금융통화위원회 또는 늦어도 9월 금통위에서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 "금리인하 한다면 경제펀더멘탈보다 정치적 요인이 더 커"

한은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경기회복세가 주춤하는 모습'이라고 밝혔지만 최근까지만 해도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이고 3분기에 경기가 다시 올라올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었다. 정부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대해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었고 한은도 그런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서기는 부담스럽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날 금통위 후 이주열 총재의 브리핑에서 보듯이 한은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계기는 지난 8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인 것으로 보인다. 최 후보자는 "경기 하방 리스크가 상당히 증대하고 있어 올해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3.9%)를 하향조정해야 할 것"이라며 "경기활성화를 위해 재정 뿐 아니라 통화정책, 신용정책, 내수 활성화 정책을 총동원하는 종합대책을 빠른 시일 내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재정정책에 대해서는 "현재 경제상황을 보면 추경을 하고도 남을 상황"이라며 "경기 대응을 위해 내년 예산안에서 적자재정 확대를 감수할 수 있다"고까지 언급했다. 예상보다 톤이 높았고, 경기부양 의지가 강력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면 정치적인 이유, 즉 정부와의 정책공조 차원에서 나오는 결정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동수 NH농협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올해 성장률을 4.0%에서 3.8%로 하향조정했지만 3.8% 정도는 잠재성장률에 부합하고 경제 펀더멘탈상 금리인하 근거로 보기 어렵다"며 "3%대 중반 정도는 돼야 명분이 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2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전분기 대비 0.7%로 지난 4월의 1.1%에서 크게 낮췄지만 3분기와 4분기는 각각 1.1%, 1.0%로 종전 전망을 그대로 유지했다. 2분기를 소프트패치(경기회복 국면에서 일시적인 악화) 국면으로 인식했다. 세월호 사고 영향으로 소비 위축이라는 하방리스크가 더 우세하지만 그 영향이 일시적이어서 하반기에는 원래 예상경로대로 성장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 정부와 정책공조, 정책 패키지로 화력 집중시킨다신용정책도 동원할 듯

일단 정부가 경제활력 강화, 경기모멘텀 회복을 위해 모든 정책을 총동원하겠다고 천명한 만큼 한은 역시 동참할 수 있는 정책들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할 수 있는 것은 통화정책(금리인하)과 신용정책이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대해 8월, 또는 9월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미국이 10월에 양적완화(채권 매입)를 중단할 예정이고 내년 상반기에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 10월 이후에는 현실적으로 금리를 내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달 하순에 발표되는 2분기 성장률 지표가 악화되고 소비와 서비스업 생산 등의 감소폭이 크다면 8월 금통위에서 바로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고, 한달 더 뜸을 들여서 금리인하를 더 강하게 시사하고 나서 9월에 인하할 수도 있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금융중개지원대출(옛 총액한도대출) 한도 확대 등 신용정책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금통위 후 브리핑에서 모두 발언으로 "자금흐름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고 이후 그 의미에 대해 "(금융중개지원)대출정책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한다든가, 자금흐름을 개선하든가 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 "금리인하, 경제심리 등 효과있다" vs "오히려 부작용 가능성"

한은이 금리인하를 강하게 시사하자, 현 시점에서 금리인하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이미 기준금리가 너무 낮은 상황인데다 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보다는 경제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붐업(boom-up) 효과가 클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금리인하는 당연히 투자와 소비를 늘리는 효과가 있어 경기 모멘텀 역할을 하면서 경기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일단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고 금리는 경제행위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쉽게 볼 게 아니다"며 "자본의 사용 비용이 싸지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이나 가계가 돈을 빌려쓰기도 편해지고 리스크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한 본부장은 "리스크가 줄어든면 경제 불확실성도 줄어든다. 금리가 인하되면 투자와 소비는 늘어나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도 "금리를 낮춘다는 것은 꼭 이자율만 싸지는 게 아니다"며 "환율에도 영향을 줄 것이고 자금이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으로 유입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경기부양책이 심리적 효과도 주겠지만 그것만 나타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효과는 그리 크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여수신 금리차 축소로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이 약화되고 통화신용정책 전달 경로의 효율성이 저해된 상황에서 금리인하의 효과가 금리인하의 비용보다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현재 금융사이클을 고려할 때 금리인하에 따른 한계효용보다 한계비용이 더 클 것"이라며 "한국 경제가 금리인하로 부채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경제 주체의 부채가 증가하고 신규 대출가능 자금의 대부분이 비효율적인 공공부문과 인상된 전세금 조달, 부실기업의 자금 조달 등에 사용됨에 따라 내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