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공능력 2위 업체인 삼성물산(028260)(건설)이 국내 톱 종합 건축사사무소인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삼우설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8일 건설·건축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삼우설계의 계열사 편입, 물적분할을 비롯한 다양한 인수 방안을 검토 중이다. 1976년 창립된 삼우설계는 한미글로벌, 건원엔지니어링, 희림종합건축과 함께 상위 4위권에 드는 설계·감리 전문 기업으로 매출액 기준으로는 국내 1위다. 작년 매출액은 277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국 건축전문지 '빌딩디자인'이 선정한 글로벌 건축 전문회사 순위에서 8위에 올라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10위권에 들기도 했다.

삼우종합건축이 설계한 삼성 서초타운 전경

삼성물산은 최근 주관사를 선정해 삼우설계를 인수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우설계의 건축설계, 도시설계, 건설사업관리(CM) 부문은 삼성물산이 인수하고 실내설계 부문은 따로 떼어내 지금은 제일모직으로 사명이 바뀐 삼성에버랜드의 건설사업부와 통합하는 방안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삼우설계의 엔지니어링 사업을 삼성중공업이 인수합병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이외에도 삼성물산이 삼우설계의 모든 사업부문을 그대로 인수하되 독자 경영권을 유지시키고 계열사화하는 방안도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우설계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삼성물산의 계열사로 편입되는 방안이 논의됐다”며 “다만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에버랜드 등 계열사 지분 정리가 끝나지 않아 인수 논의도 잠시 정지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우설계는 한국건축가협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창수 회장이 박승 공동회장 등과 창립한 회사로 삼성 출신 인물들이 포진해있는 곳이다. 지난 1994년 이 회사의 대표이사를 지낸 이석호 공동회장(고문)과 CM 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권대혁 부사장(경영전략실장)도 삼성물산(삼성건설) 출신이다.

삼우종합건축이 설계한 태평로 삼성생명본관 전경

삼우설계는 삼성 계열사들의 건축물 설계를 도맡아 업계에선 공공연히 ‘삼성계 건축사무소’로 알려져있다. 삼성물산이 그간 설계·감리 부문에서 밀접하게 협력해오던 삼우설계를 인수하면 기존 주택·건축 사업과도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태평로의 삼성본관, 서초동에 있는 삼성전자(005930)서초타운 설계, 삼성전자 수원 R5 모바일연구소와 전자소재연구단지, 삼성화재 연수원과 삼성생명 당산사옥, 삼성 래미안아파트, 삼성리움미술관 등 삼성 계열사들의 건축물은 대부분 삼우설계의 작품이다. 이외에도 삼우설계는 디큐브시티, 명동예술극장, 네이버 그린팩토리, 국립세종도서관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맡아왔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현재 확인해줄 수 있는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인수 추진은 삼성그룹 차원에서의 계열사 지분 정리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그룹의 계열사 간 사업구조 개편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제일모직(삼성에버랜드)의 건설사업부 등 건설 계열사들은 어떻게 정리될지 윤곽이 잡히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선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고 삼성중공업도 결국 통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 중 누가 건설 계열사의 경영권을 가져갈지도 초미의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