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자동차 업계를 휩쓸고 있는 '전기차 혁명'에 독일 고급 자동차 브랜드 아우디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존 A3 스포트백에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Plug-in Hybrid)' 시스템을 장착해 'A3 이-트론(e-tron)'이라는 새 모델을 출시한 것이다. 100% 전기로만 구동되는 EV(전기차)와 내연기관과 전기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사이에서 절충안을 선택했다.
BMW가 유럽에서 순수 전기차 i3를 도심용으로 내놓으면서 장거리 주행이 필요할 때는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를 저렴하게 렌터카로 제공하는 것과는 다른 전략이다. A3 이-트론은 전기차 혁명을 바라보는 아우디의 시각이 잘 드러나 있다. 충전 시설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전기로만 구동했을 경우 장거리 운행이 쉽지 않다는 점이 감안됐다는 게 아우디 측의 설명이다.
아우디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너무 많은 변화를 요구하지 말자는 게 PHEV 방식을 채택한 이유"라고 말했다. 전기차의 역할을 조금 줄이는 대신 불편함 없는 주행을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도심 운행에 탁월한 전기차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장거리 운행 시에는 아우디 특유의 파워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아우디의 야심작 A3 이-트론의 양산 모델은 지난달 27~28일 오스트리아 빈(Wien)에서 국내 언론에 처음으로 모습을 보였다. 겉모습은 A3 스포트백과 다르지 않지만, 라디에이터 그릴 중앙의 엠블럼을 옆으로 젖히면 충전 콘센트가 드러나 전기차임을 알게 해준다. 이 콘센트를 통해 3시간가량 충전하면 전기로만 최대 50㎞를 달릴 수 있다. 충전된 전기가 소진되면 저절로 하이브리드 모드로 전환돼 전기가 생산된다. 유럽 기준 리터(L)당 66.7㎞에 이르는 연비는 A3 이-트론의 에너지 효율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A3 이-트론의 운전 모드는 모두 4개다. 순수 전기로만 차량이 움직이는 EV 모드, 일반 하이브리드차와 비슷한 하이브리드 오토(hybrid Auto) 모드, 하이브리드 기능은 잠그고 엔진으로만 달리는 하이브리드 홀드(Hybrid Hold) 모드, 배터리를 빨리 충전하기 위해 엔진을 더 많이 돌리도록 하는 하이브리드 차지(Hybrid Charge) 모드 등이다. 도로 상황 등 환경에 따라 운전자가 주(主) 동력원(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전기차는 조용하지만 힘이 부족하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하지만, A3 이-트론은 이런 상식을 편견으로 만들었다. 빈 도심에서 출발해 교외에 위치한 툴빙거 코젤(Tulbinger Kogel) 언덕을 들러 돌아오는 시승 코스에서 A3 이-트론은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과 하이브리드 엔진에서 뿜어나오는 파워를 모두 보여줬다.
먼저 시동을 걸고 EV모드로 출발했다. 엔진이 아니라 전기 모터로 움직이는 만큼 소리가 거의 나질 않았다. 도심 구간에서는 신호에 따라 가다 서기를 반복했지만,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자체가 재빨리 전진해서 가속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전기가 모터에 공급되는 순간 최대 토크가 발휘되기 때문에 초기 가속감은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좋다. 교외 도로의 언덕을 치고 오를 때도 전혀 어려움을 느낄 수 없을 수 없었다. EV모드에서는 최대 시속 130㎞까지 속도를 낼 수 있었고, 시속 60㎞까지 속도를 높이는 데 걸린 시간은 4.9초에 불과했다.
충전된 전기가 소진될 즈음 하이브리드 오토 모드로 전환했다. 일반적인 하이브리드와 마찬가지로 내연기관을 기본으로 주행하며 전기 모터가 적절히 도움을 주는 식이다. 1.4L 엔진이 작동하며 필요할 때 전기모터가 힘을 보태 1600~3500rpm(분당 엔진 회전수) 사이에서 25.5㎏·m의 최대 토크가 지속적으로 나왔다. 토크가 높으면 초반 가속력이 좋다. 전기모터와 엔진을 동시에 활용하면 최대 출력은 204마력까지 올라간다. 하이브리드 모드에서 최고 속도는 시속은 222㎞.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은 7.6초다.
A3 이-트론의 진가는 툴빙거 코젤 언덕을 오를 때 나왔다. 해발 494m의 산등성을 오르는 산악 도로에서도 힘이 모자란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산악자전거를 타는 바이커들을 피해가며 재빠르게 추월을 할 때도 평지에서 느꼈던 가속력을 발휘할 수 있을 정도였다. 경사가 가파른 산악 도로에서는 하이브리드 홀드(Hybrid Hold)로 전환해서 출력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했다.
툴빙거 코젤을 벗어나 도심으로 들어가기 위해 운전 모드를 다시 하이브리드 차지 모드로 전환했다. 도심에서EV모드로 쓰려면 추가로 전기를 충전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기가 소진된 상태였지만, 20분가량 주행을 하니 EV모드로 전환할 수 있는 전기가 생겼다는 표시가 들어왔다. 전기 충전 상태는 운전석 앞 계기판을 통해 수시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전기를 만드는 데 기름을 더 쓰더라도, 같은 거리를 그냥 내연기관 모드로 주행을 했을 때 소모되는 양보다는 적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이 연료를 절약하는 길이다.
올겨울 독일과 중부유럽에서 판매될 A3 이-트론은 유럽에서 3만7900유로(약 5200만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기능이 없는 A3 스포트백보다 1000만원가량 비싸지만(유럽 기준), L당 66㎞의 연비를 떠올린다면 무리한 가격은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