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고정식 현 광물자원공사 사장, 김신종 전 광물자원공사 사장.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멕시코 볼레오 복합광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일방적으로 투자를 진행해 2000억원 이상의 부담을 떠안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광물자원공사는 주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출신이 사장으로 내려가는 대표적인 관피아 공기업이다. 산업부 고위공무원이 사장으로 내려가면서 산업부의 감시가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사원은 작년 9~10월 광물자원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9개 에너지 공기업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를 대상으로 벌인 ‘에너지 공기업 투자 특수목적법인 운영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3일 공개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광물자원공사는 2012년 볼레오 복합광 개발사업 투자금을 증액하면서 내부수익률을 부풀렸다. 광물자원공사 미주팀이 2012년 7월 26일 2억5000만달러의 추가 투자안을 작성할 당시, 볼레오 복합광 개발사업의 내부수익률은 기준 수익률보다 낮은 5.36%로 전망됐다. 하지만 광물자원공사는 임의로 동과 코발트 단가를 조정해 내부수익률을 기준수익률과 같은 8%로 맞춰서 투자사업심의위원회에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원래 10% 였던 기준수익률을 8%로 낮추는 편법까지 동원했다. 해외자원 개발이 최대 화두였던 이명박 정부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또 광물자원공사는 투자비 증액을 추진하면서 민간 주주사들의 합의도 없이 임의로 분담금을 설정했다. 광물자원공사가 민간 주주사들과 함께 만든 합작법인이 볼레오 복합광 지분 60%를 5억3000만달러에 추가 인수하기로 결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민간 주주사들은 전혀 합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광물자원공사가 2억5000만달러, 민간 주주사들이 2억8000만달러를 분담하는 조건으로 이사회에 안건을 상정해 의결을 받았지만, 실제로 다른 민간 주주사들은 6580만달러만 투자하기로 했다. 결국 광물자원공사가 민간 주주사들이 투자하지 않기로 한 2억1000만달러(약 2000억원)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감사원은 “경제성 분석을 부당하게 실시하고 민간주주사들과 투자비 분담을 합의하지 않은 채 공사가 투자비를 단독으로 납입하도록 업무를 처리한 관련자들을 문책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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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물자원공사의 무리한 사업 추진을 일차적으로 막지 못한 산업부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광물자원공사 역대 사장이 산업부 출신이라 산업부의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 광물자원공사 사장인 고정식씨는 산업부 에너지산업심의관, 자원정책심의관, 에너지자원정책본부장 등을 지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볼레오 복합광 투자 결정 당시 광물자원공사 사장이었던 김신종씨도 산업부 에너지산업심의관, 자원정책실장 등을 지냈다. 고정식 사장과 김신종 전 사장은 행정고시 기수가 각각 23회, 22회로 윤상직 산업부 장관(25회)보다 선배다.

다른 에너지 공기업들도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빚부담을 떠안은 것은 마찬가지다. 남부발전은 대구혁신도시 집단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타당성분석 결과, 수익률이 기준수익률(7%)을 미달하는 6.32%로 나오자 장기유지보수비를 줄여서 수익률을 높였다. 또 남부발전은 대주단과의 협상에서 예상손실에 대해 900억원의 자금보충 의무를 지기로 했는데, 이는 남부발전이 이 사업에 출자한 762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남동발전과 중부발전도 투자자를 유치하면서 과도한 확정수익을 보장해주는 등 무리한 투자 유치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