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청계천로에 있는 한국씨티은행 본점 입구.

한국씨티은행이 지난달 30일 명예퇴직 신청자중 650명에 대해 퇴직 발령을 낸 가운데 130여명의 직원은 명퇴 신청이 거절되면서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대부분 은행 내 핵심부서로 꼽히는 기업금융과 트레이딩 부서의 행원·과장급 직원입니다.

한국씨티은행은 명예퇴직 '블랙 리스트'까지 만들어 직원들의 퇴직을 종용했는데 막상 핵심부서 직원에 대해서는 사표를 반려한 것입니다. 명예퇴직 신청에서 퇴짜를 맞은 것인데요, 사표를 냈으니 윗사람들에게 찍힌 게 아니냐는 불안감도 크다고 합니다.

게다가 핵심부서 직원들은 앞으로 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중으로 불안하다는 반응입니다. 한국씨티은행 한 직원은 "회사에서 연봉을 올려주는 좋은 기회라며 계약직 전환을 위한 합의를 유도하겠지만 합의하지 않으면 인사 고과를 나쁘게 주거나 원치 않는 부서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그럴 계획이 없고 만약 계약직 전환을 하더라도 본인 동의를 받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한국씨티은행의 기업금융부와 트레이딩부는 업무 강도가 높기로 유명합니다. 해당 부서 직원에 따르면 "한 달에 한 명씩 나갈 정도"로 일이 많습니다. 평일 12시까지 야근은 기본이고, 주말과 휴일도 반납하고 회사에 출근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합니다. 한 직원은 "다른 회사와 비교해 일이 너무 많아서 이직을 수도 없이 생각해왔다"며 "이번 명예퇴직 조건이 좋아 신청했는데 기업금융 쪽은 반려돼 답답한 마음뿐"이라고 합니다. 또 "주변에 이미 명퇴 신청을 했단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에 앞으로 팀원으로 일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씨티은행은 이번 명예퇴직에 기본 퇴직금 외에 특별퇴직금 명목으로 최대 60개월의 급여를 지급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여러 조건을 충족하면 퇴직금과 특별퇴직금을 합쳐 최대 9억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퇴직 후에도 2명의 자녀에게 1인당 1000만원의 학자금까지 지원합니다.

이런 조건을 보고 많은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하면서 신청자는 회사가 목표했던 650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하지만 회사가 퇴직 대상으로 삼았던 부부장급 이상의 직원뿐 아니라 입사한 지 10년이 채 안 된 젊은 인력들과 핵심부서 직원들까지 대거 희망퇴직을 신청하자 회사는 당혹스러웠다는 후문입니다.

한 직원은 "회사가 지점과 인력을 계속해서 줄이는 상황에서 젊은 직원들은 이 회사의 미래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며 "연차가 낮으면 상대적으로 새로 취업하기도 쉽고 유학을 다녀오는 등 자기 계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희망퇴직을 기회로 보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씨티은행 노조는 이달 4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퇴진과 특수영업팀 폐쇄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입니다. 노조는 사측의 희망퇴직 실시에 반발해 1일부터 각 지점에서 신규 상품 판매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지점 폐쇄와 희망퇴직 등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한 한국씨티은행 직원들은 언제쯤 마음 편하게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