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3일 한국을 방문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삼성과 인연이 깊다. 시 주석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부회장과 10년째 알고 지내온 사이다. 이번 방한 사절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10여년 가까이 삼성 인사들과 인연을 맺어 왔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하지만 삼성과 중국 지도부와 관계는 단순한 인맥 쌓기에만 그치지 않아 보인다. 삼성의 최근 핵심 생산거점으로 떠오른 중국 공장들이 들어선 지역 출신 인사들이다.

◆ 유적지에 반도체 공장 지은 삼성…”시진핑 ‘즉위선물’”

삼성전자가 올 5월 반도체 공장을 준공한 산시(陝西) 성 시안(西安)은 시 주석의 고향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해외투자 역사상 최대인 7조원을 이곳에 투자했다. 시안 공장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지어졌다.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왔기 때문이다. 공장 설립을 신청한 뒤 설립 허가증을 받기까지 고작 88일이 걸렸다. 중국 매체들은 시안 공장을 두고 "이 부회장이 시 주석에게 주는 즉위 선물"이라고 전했다.

조선일보DB

시안은 13개 왕조의 유적이 남아 있는 유서 깊은 도시지만 애초 첨단 산업과는 거리가 먼 도시였다. 시안이 항구가 있는 동부 지역이 아닌 서부인데다가 한국과 연결되는 항공편도 거의 없다.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지을 곳을 처음 물색할 때 베이징과 쉔젠 등 대도시들도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삼성이 시안을 선택한 데는 시진핑 주석과 이재용 부회장의 친분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5년 당시 저장(浙江)성 당서기였던 시 주석이 삼성전자의 수원 사업장을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둘은 2010년 2월과 8월 만난 데 이어, 올 4월 초 중국 하이난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에서도 두 차례 면담했다.

시 주석은 중국 경제의 청사진으로 첨단산업 육성을 꼽으면서 동부에 비해 낙후된 내륙 지역 개발에 관심을 쏟았다. 삼성전자가 시안 공장을 시 주석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할 발판으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2인자’ 리커창과도 친분 돈독…왜 중국인가?

중국 현 지도부의 2인자인 리커창 총리와의 인연도 눈길을 끈다. 이 부회장은 올해 보아오 포럼에서 리 총리가 주재한 좌담회에 참석했고, 2012년 6월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과 함께 리 총리를 베이징(北京)에서 만나 중국 투자 확대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말 8세대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을 지은 쑤저우(蘇州) 역시 리 총리의 고향인 안후이(安徽)성의 행정구역 중 하나다. 2010년 쑤저우 공장 설립을 두고 한국의 삼성과 LG, 대만의 폭스콘, 중국 업체 등 5~6개 기업이 경쟁했지만 사업권이 삼성에게 돌아간 것도 리 총리와의 인연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이 중국 지도부에 이처럼 ‘열과 성’을 다하는 이유는 전체 사업에서 중국 의존도가 그만큼 확대됐다는 점을 뜻한다. 삼성의 다음 수장이 될 이 부회장 체제가 성공적인 비행을 하는 데 중국이 그만큼 핵심이라는 것이다. 삼성그룹이 매주 수요일 여는 ‘수요 사장단 회의’ 강연에서 중국은 국가별로 가장 많이 거론된 주제기도 하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8번 강연 주제로 등장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시장을 빼고는 한국 경제를 논하기 어렵게 됐다”며 “삼성 경영진도 최근 중국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