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쯤 건물 서측 유리벽이 검은 색 필름으로 코팅한 것처럼 서서히 변한다. 들어오는 빛이 줄어들자 건물 내부는 나무 그늘 아래처럼 선선함이 느껴진다. 냉방장치를 끄거나 설정온도를 높여도 문제가 없다. 빛이 차단되는데도 내부에서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다.

한국유리공업(한글라스)이 선보인 '세이지글라스'를 설치한 건축물이다. 지난 27일 생고뱅(Saint Gobain)사의 트로이 니어비(Troy Neirby) 세이지글라스 프로젝트매니저(PM)와 인터뷰를 통해 건축물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세이지글라스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생고뱅은 1665년 프랑스에서 설립됐으며 지난해 60조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글로벌 건자재 업체다. 생고뱅은 2005년 한글라스의 대주주가 되며 회사를 인수했다.

트로이 니어비 생고뱅 세이지글래스PM이 세이지글라스 견본으로 제품 설명을 하고 있다.

생고뱅이 개발하고 한글라스가 국내에 유통하는 세이지글래스는 유리 자체로 색이 변해 태양빛 투과율을 조절한다. 세이지글라스는 빛을 차단하므로 외부 차양막이나 내부 블라인드 설치가 필요없다. 국토부는 최근 '건축물 에너지 성능개선 방안'을 발표함에 따라 국내 유리건물이나 상업용 신축 건물 및 공공건물에 햇빛 조절장치 설치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글라스는 이런 국내 움직임에 맞춰 해당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판교에 짓고있는 SK에코허브(SK가스 사옥)에 해당 제품이 처음 적용된다.

니어비 매니저는 "세이지글라스 제품은 7개 유리 및 코팅지를 스퍼터링 방식으로 만들었다. 전기 자극을 통해 유리 내부 코팅지 색을 변화시켜 일조량을 조절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스퍼터링 방식은 진공상태에서 이온으로 충격을 가해 코팅 성분을 원자 단위로 유리와 부착시키는 방법이다.

해당 유리 제품을 외벽 유리나 창문에 설치하면 전기자극을 통해 태양빛 투과율을 조절할 수 있다. 니어비 매니저는 "최대 98%의 빛을 차단할 수 있고 색이 밝은 상태에서도 46%까지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니어비 매니저는 건물 천장 유리 400㎡에 해당 기술을 적용해 1개월간 사용해봤다. 그 결과 유리 코팅 자동변화 시스템을 쓰는데 국내 기준 전기료가 3만5000원 정도 나왔다. 그는 "국내에서 아직 실험을 해보진 못해 세이지글라스 적용시 얻을 수 있는 에너지 절감 비용이 계산되지 않았지만 시스템 사용 전기료 이상으로 아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세이지글라스 제품은 1985년 설립된 회사 '세이지글라스'가 만든 제품으로 회사명을 따서 만들었다. 이 회사는 2012년 생고뱅이 인수했다. 니어비 매니저는 "세이지글라스는 창업자 3명이 차고에서 설립했다. 생고뱅이 2002년 인수한 뒤 직원 수가 50명에서 200명으로 늘었으며 특허도 350개 가량 보유한 회사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연방 조달청 건물에 적용된 세이지글라스. 빛을 차단했을 때(좌)와 빛이 투과되도록 했을 때(우)의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다.

다만 이 제품은 고급 유리인 로이유리보다 가격이 10배 가량 비싸다. 니어비 매니저는 "이 제품은 미국연방조달청, 미네소타 주립대, 킴멜아트센터 등 주요 건축물에 적용됐고 그 효과를 인정받아 여러 발주처와 건축가가 먼저 찾고있다"며 "초기비용 부담은 공정 개선을 통해 줄여나갈 것이며 제품 효율성을 한국 시장에 선보이면 점유율도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