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잘 나가는 두 종목, 반도체업체 SK하이닉스(000660)와 해운업체 머스크 사이엔 공통점이 있다. 오랜 기간 진행된 '치킨게임'의 승자라는 점이다.
치킨게임이란 어느 한 쪽이 포기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극단적인 게임을 뜻한다. 자동차를 타고 서로 정면에서 충돌하는 게임이 대표적이며, 영화 '이유없는 반항'에서 제임스 딘이 폭력서클의 대장과 이 게임을 해 유명해졌다.
경제 영역에서도 자주 나오는 것이 치킨게임이다. 제품 가격을 의도적으로 낮춰 경쟁사를 도산 상태에 빠뜨리는 것이 이에 포함된다.
17년만의 최대 강세장을 맞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치킨게임의 승자다. 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함께 2000년대 초반, 그리고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말부터 D램 가격을 일부러 떨어뜨리는 치킨게임을 벌였다. 2010년 5월만 해도 2.7달러였던 D램 가격은 2011년 1월 0.9달러까지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독일 반도체업체 키몬다, 일본 엘피다, 대만의 파워칩, 난야 등은 파산하거나 매각됐고 혹은 생산량을 대폭 줄였다.
D램 가격은 현재 4달러 이상으로 오른 상태. SK하이닉스는 올해 영업이익이 4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주가는 5만원 안팎으로 상승했다.
해운업체 머스크도 SK하이닉스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머스크는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이 불황에 빠져 있을 때도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했다. 친환경 대형 선박을 잇따라 도입하고, 운임을 대폭 낮췄다. 이 과정에서 한진해운, 현대상선등 후발주자들은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한 채 시장을 빼앗겼다. 투자를 하자니 자금력에서 뒤처졌고, 운임을 낮추자니 적자폭이 너무 커져 제대로 손을 써보지 못한 것이다. 이달 들어 주춤하고는 있지만, 머스크는 지난 1년간 60~70%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치킨게임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태양광시장에서도 조만간 승자와 패자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태양광 폴리실리콘 치킨게임은 중국 업체들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의 보조금을 믿고 제품 가격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 유럽연합 등이 반덤핑 과세를 매기고는 있지만, 중국업체들은 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주가만 보면 중국 태양광업체들의 승리가 유력해보인다.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는 트리나솔라, GCL폴리에너지, 잉리솔라 등은 2012년말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다. 특히 트리나솔라는 2012년 11월 2달러였던 주가가 현재 13달러 안팎이다. 국내 태양광업체 OCI(456040), 한화케미칼은 선진국과 중국의 '태양광 전쟁'에 출렁이기 일쑤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OCI 입장에서 정부 보조금을 많이 받는 경쟁사가 있다는 점은 불리하지만, 그래도 중국 정부가 태양광산업 육성 정책을 펴고 있어 수혜도 있는 상황"이라며 "중국이 확실히 주도권을 잡게 되면 국내 태양광업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