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에 몰린 동부씨엔아이(동부CNI)가 다음달 중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500억원 등을 갚기 위해 IT사업부문을 분리해 계열 금융사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동부CNI가 유동성을 확보하면 동부제철의 회사채 차환발행이나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도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그러나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사재출연과 김 회장 장남의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문제로 채권단과 동부그룹이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어 동부제철과 동부CNI 등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지주회사격인 동부CNI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동부그룹은 사실상 해체수순을 밟게 된다.
29일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동부CNI는 당장 다음달 5일과 12일에 각각 200억원과 300억원 등 500억원의 회사채를 갚아야 한다. 9월11일 만기인 200억원을 포함하면 연내 상환해야 할 회사채는 총 700억원 규모다. 동부그룹은 동부CNI의 이러한 회사채 만기 물량을 갚기 위해 IT 사업부문을 분리해 계열 금융사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동부CNI가 IT 부문 분리 매각하면 1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부CNI는 IT 사업만 매각해도 1000억원 정도 현금이 들어올 수 있다"며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등)최악의 상황까지 안 가도록 동부그룹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CNI는 동부그룹 비금융계열사의 지분을 대거 보유한 중간지주회사 성격의 회사지만 IT, 전자재료 부문 등에서 직접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동부CNI는 작년 한해 IT사업 부문에서 매출액 3568억원, 영업이익 182억원을 거뒀다. 작년 매출액 기준으로 동부CNI는 삼성SDS, LG CNS가 선두권인 시스템통합(SI)업계에서 10위권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동부CNI는 전체 차입금 2500억원중 은행 대출은 약 350억원에 불과하고 공모사채 비중이 커 자율협약 등 채권단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인데, 중간지주회사라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나머지 계열사들이 모두 영향을 받는다"며 "IT 부문을 일단 분리 매각하면 급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부CNI는 동부제철(13.34%), 동부건설(22.01%), 동부하이텍(12.43%) 등 비금융 주요 계열사 9개의 지분을 갖고 있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김준기 회장은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할 수 있다. 동부그룹이 해체될 위기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동부CNI는 당초 경기도 안산 공장을 담보로 회사채를 발행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상환하려고 했으나 금융감독원이 신청서 보완 등으로 제동을 걸면서 기한 내 차환발행이 어려워진 상태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CNI는 자체적으로 회사채 상환이 가능했지만 동부제철 인천공장 등의 매각이 무산되면서 모든 게 틀어졌다"며 "회사채 상환까지 아직 일주일 가까이 시간이 있는데 그 안에 최선의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동부CNI의 유동성 확보 방안이 마련되면 동부제철 회사채 차환발행 및 자율협약 체결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동부제철은 다음달 7일 회사채 7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오는데 차환발행이 이뤄져야 자율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차환발행 분 700억원 중 300억원을 인수해야 하는 신용보증기금은 동부발전당진과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매각이 무산되자 "동부그룹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신중한 입중이었다. 동부CNI가 IT 부문을 매각해 회사채 상환자금 및 운영자금을 조달하면 신보도 동부제철 지원을 반대할 명분이 약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부제철이 발행한 회사채는 일반 투자자들이 많이 들고 있어 회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시장 충격이 만만치 않다"며 "동부 측에도 해결책을 요구하고 채권단도 지원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3월말 현재 동부제철이 발행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은 각각 3126억원, 79억원 등 총 3205억원 규모이며 이 중 개인 투자자는 1만1408명이다. 동부제철 채권단은 30일 오전 회의를 열고 동부제철의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채권단과 동부그룹은 김준기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이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14.06%)을 담보로 제공하는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어 원만한 합의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채권단은 동부그룹이 지원받기 위해선 김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내놔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김 회장은 비금융계열사를 모두 내주더라도 금융계열사만은 지키기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동부건설은 지분 60%를 가진 동부발전당진의 주식을 담보로 이달 27일 산업은행과 새마을금고 등에서 1989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동부건설은 다음달에 180억원 규모의 상거래채권을 갚아야 하고 9월과 11월엔 각각 500억원, 342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동부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동부발전당진을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묶어 포스코에 매각하는 방안이 무산되자 동부발전당진만 개별 매각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동부발전당진의 매각 방침은 변화가 없지만 (동부건설에) 긴급 자금이 필요해 우선 자금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건설은 대출 등을 상환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