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KPMG의 리스크관리 부문 김유경 상무이사. 그녀는 "성장만을 바라보던 한국호가 침몰하지 않고 순항하기 위해서 조화와 균형을 외치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리스크(risk·위험) 관리의 핵심은 정(正)과 반(反)이 모여 제3의 대안인 합(合)을 찾는 것입니다. 기업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경영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불확실성을 줄여 사업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도 경영자는 실패가능성과 반대의견에 귀를 기울야합니다."

삼정KPMG 회계법인의 김유경 상무는 국내 회계법인 위험관리 분야의 1세대 전문가다. 김 상무가 1999년 회계법인에 입사해 외부감사 일을 맡았던 당시만 해도 여성 회계사가 감사를 나오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다. 5년차 회계사로서 외부 감사일에 지쳐있을 때 김 상무에게 새로운 제안이 들어왔다. 리스크관리 컨설팅 및 내부감사 분야의 업무가 그것이었다.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지난 10년간 공기업과 일반 기업의 위험 관리체계 구축 전문가로 활동한 김 상무는 현재 국내 기업들의 수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그녀는 "최근에 기업이 성장만을 좇던 경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기업 리스크관리 등 균형점을 찾고 있으나 실재적(實在的)인 리스크 관리, 즉 조직내의 투명한 의사결정체제와 윤리적인 조직 문화 구축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노력은 크게 미흡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 "리스크관리, 비용이 아닌 투자로 봐야합니다"

김유경 상무가 리스크관리 및 내부감사 분야에 입문한 2004년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이론과 실무를 막론하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전문가가 거의 없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기'였다. 그나마 김 상무는 외부감사를 통해 기업 재무제표를 분석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상장사의 운영 리스크를 점검하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당시 국내 기업들은 리스크관리를 '발생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괜한 걱정'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어요. 심지어 리스크관리에 대한 투자가 당장의 성과나 수익창출에 제동을 거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거나,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하는 기업도 있었죠. 이는 성장 중심의 패러다임이 깊게 뿌리박힌 우리나라 기업들이 리스크관리라고 하면 미래를 위한 투자라기보다 소모되는 비용으로 보는 경향이 컸기 때문이죠."

김 상무는 "10년이 지난 오늘날 국내 기업들 대부분은 어느정도 리스크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장 성과를 내기 위해 사회의 윤리적인 가치를 훼손하거나, 편법과 배임으로 소수의 부를 축적하려는 시도는 기업의 평판과 영업기반을 훼손할 수 있다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리스크관리가 사전에 예방 할 수 없는 우연의 영역이 아니라 미리 준비하면 관리 할 수 있다는 인식을 경영자 스스로 갖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미 부정이 발생한 이후에 수습하려 할 때의 비용은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문제가 곪아 터지기 전, 행위의 옳고 그름을 평가할 시스템과 부정이 작동하지 않게 하는 문화와 제도가 조직 내부에 뿌리내리도록 리스크관리 분야에 투자할 때입니다."

◆ "국내 상장사들, 내부감사 시스템에 아낌없는 지원 필요"

"올해는 리스크 관리(위험관리)를 통해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한발 더 도약해야…"

최근 국내 기업 신년사에 자주 등장한 문구들이다. 기업 총수의 입장에서도 조직의 리스크관리는 무시할 수 없는 영역이 됐다는 증거다. 김 상무는 그러나 "리스크관리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내부감사 조직에 힘을 실어주는 기업들은 그리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상장사 중 40% 가량은 내부 감사 보조기구 없이 감사위원회만 있는 상황이다.

김 상무는 "우리나라 기업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소유주가 경영을 겸하는 형태"라며 "이 때문에 주주의 이익을 대변해 경영진을 견제하려는 이사회(감사위원회)나 내부감사 보조기구 등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를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실체만 있을 뿐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김 상무는 "기업의 중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기업의 오너들은 이사회와 내부감사 기능이 제 역할을 수행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녀의 조언은 지배주주의 전횡을 방지하고 이사회의 감독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집행임원제도 등 상법 개정안 도입을 앞둔 현재 큰 시사점을 준다. 재계 측은 '일률적인 지배구조를 강요할 수 없다'며 상법 개정안을 도입할 경우 경영권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해 경영활동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경험하고 사고했던 방식대로 현상을 해석하는 오류를 범합니다. 인간은 합리적이지만, 합리화에 보다 능하기 때문에 기업 내부에는 경영자를 견제하는 이사회와 내부감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 할 필요가 있죠.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오늘 날에는 더욱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봐야지만 사업 성공 확률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합니다."

김 상무는 이 외에도 경영진이 회사 조직을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리스크관리 시스템도 기업 내부에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해외에 진출한 자회사(원격지 자회사)를 둔 기업의 경우, 경영진이 수시로 자회사를 모니터링하고 보고 받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만으로도 부정 발생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 리스크 관리 1세대 전문가… "상생하는 대한민국을 꿈꾸다"

두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한 김유경 상무가 대한민국 리스크 관리 전문가로서 궁극적으로 꿈꾸는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김 상무는 "당장의 성과를 위해 미래 아이들이 누릴 행복과 부를 훼손하지 않는 나라"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호가 침몰하지 않고 순항하기 위해서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던 핸들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리스크 관리 분야의 전문가가 많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길목에서 계속해 좌절하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닌 우리 모두가 성공해야 행복할 수 있다'는 가치가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한국은 이미 물질적으로 풍족한 사회라는 사실은 자명합니다. 다른 사람이 실패해야 내가 이기는 사회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이겨도 나도 이길 수 있다는 넉넉한 인심의 사회에서 견제와 균형의 패러다임이 사회 전반에 정착됐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