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의 항복 선언일까, 아니면 은밀한 '트로이 목마' 작전일까.

MS가 인수한 휴대전화 제조업체 노키아가 25일 경쟁사인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채택한 스마트폰 'X2'를 내놨다. MS가 스마트폰 OS '윈도폰8'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노키아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노키아는 올 2월 저가형 안드로이드폰 '노키아X'를 발표한 바 있다. 이때만 해도 노키아가 MS에 인수되기 전에 진행해온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내놓은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X2가 나오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MS가 뭔가 노림수를 가지고 안드로이드폰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사용한 노키아의 스마트폰 X2. 노키아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다양한 OS에 자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MS 윈도폰8, 디자인 앞섰지만 시장에선 실패

윈도폰8은 스마트폰에 '플랫 디자인(flat design)'을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플랫 디자인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꾸밈 요소를 최소화하고, 평평한 타일처럼 만든 것을 말한다. 이 디자인 방식은 깔끔하면서도 한눈에 많은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이제는 애플이나 구글 역시 이와 비슷한 방식을 따라 하고 있다.

하지만 윈도폰8은 시장에서 실패했다. MS는 윈도폰8을 PC용 윈도와 같은 방식으로 판매하려고 했다. PC 제조사가 윈도를 설치한 PC를 팔면 판매 대수에 따라 라이선스비를 받는 식이다. MS의 계산은 빗나갔다. 윈도 외에 쓸 만한 대안이 없었던 PC와 달리 스마트폰 시장에는 공짜 OS인 안드로이드가 있다. 윈도폰8이 처음 나왔을 때는 삼성전자, LG전자 등도 이 OS를 사용해 스마트폰을 만들었다. 하지만 현재 윈도폰8을 쓰는 스마트폰은 거의 대부분 노키아만 만들고 있다. 시장 조사 회사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윈도폰8의 2013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3.6%에 그쳤다. 시장 1위인 안드로이드 OS(78.9%)의 2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OS 상관없이 우리 서비스 쓰세요" MS의 전략변화

MS의 새로운 전략은 이번에 공개된 X2에 그대로 담겨 있다. X2는 안드로이드 OS를 썼지만, 구글 앱은 하나도 들어있지 않다. 안드로이드 OS에서 원본 프로그램(일명 소스코드)이 공개된 부분만 가져다 쓰고, 나머지 구글 서비스와 접목된 부분은 모두 MS와 노키아 서비스로 대체했다. 예컨대 구글 지도는 노키아의 'HERE 지도'로, G메일은 MS아웃룩으로, 클라우드 저장 프로그램 구글드라이브는 MS원드라이브로 대체했다. 앱 장터는 노키아 스토어로 갈아끼웠다.

MS 경영진은 노키아X 때부터 노키아의 안드로이드폰 제작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윈도폰과 경쟁하기보다는 더 많은 사용자를 MS의 서비스 생태계로 끌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다. 사티야 나델라 MS 최고 경영자는 "MS의 목표는 개별 소프트웨어를 파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많은 사람이 M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쓰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스마트폰이라도 MS 서비스를 쓰기만 하면 좋다는 말이다.

MS가 안드로이드에 너그러운 이유는 하나 더 있다. MS는 4월부터 화면 크기 9인치 이하 스마트 기기에는 OS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사실상 스마트폰에는 윈도폰8 OS 값을 받지 않고 세력을 키우겠다는 뜻이다. 반면, MS는 소프트웨어 특허 소송을 통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들로부터 연간 20억달러(약 2조원)의 라이선스비를 받고 있다. MS로서는안드로이드가 윈도폰8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어주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