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다시 한번 박스권 상단 근처까지 오르면서, 스텝업 주가연계증권(ELS)이 각광받고 있다.

스텝업 ELS란 기존의 스텝다운 ELS와 달리 코스피지수가 정해진 범위 이상으로 상승하지 않으면 약정된 수익을 제공하는 파생상품이다. 하락장을 예상하는 투자자를 위한 ELS인 셈이다.

스텝업 ELS가 인기를 끄는 것은 최근 들어 코스피지수가 다시 2000 안팎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는 2011년 중반부터 현재까지 1750~2050 안에서만 움직이고 있다. 최근 3년간 기록만 보면 2000이 고점인 것이다.

23일 증권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 등이 스텝업 ELS를 판매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이 사모 형태로 발행된다. 신한금융투자 스텝업 ELS는 코스피지수가 1900대였던 3월까지만 해도 월별 평균발행액이 20억원 안팎이었지만, 올 들어 처음으로 2000을 웃돌았던 4월엔 151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5월에는 54억원어치가 팔렸고, 6월에도 현 추세상 60억원 이상 판매될 조짐이다.

공모로 파는 곳은 대신증권 정도인데, 이달 팔린 스텝업 ELS 458호와 464호는 각각 5억200만원, 6억5500만원 모집됐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스텝업 ELS는 스텝다운형보다 훨씬 위험한 상품이라고 지적한다. 과거 사례를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대신증권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코스피200과 닛케이255가 현 시점보다 140% 이상 오르지 않으면 10% 안팎의 고수익을 주는 상품의 경우,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손해를 볼 확률이 47.7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3년 5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매일 ELS에 청약했을 때를 기준으로 계산됐다.

더 위험한 것은 종목형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스텝업 ELS는 코스피200과 닛케이255, 그리고 삼성전자가 주로 이용된다. 그런데 삼성증권과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할 경우 손실을 입을 수 있는 확률은 54.78%에 달했다.

최근 한 증권사에선 코스피200과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경우도 있었는데, SK하이닉스를 편입할 경우 손실 발생 가능성은 한층 더 뛰었다. 60% 이상이 손실을 보는 경우로 집계됐으며, 92% 이상의 손실을 볼 확률도 14.45%에 달했다.

이에 비하면 스텝다운형은 안정적이었다. 유로스톡스50과 HSCEI, 코스피200, S&P500 등 어느 기초자산을 설정하더라도 손실을 입을 확률은 1.6%에서 4.4% 정도로 나왔던 것이다. 최저치와 비교하면 스텝업 형태가 30배가량 위험한 것으로 파악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결과가 당연하다고 말한다. 한 증권사의 파생상품 담당자는 "지수가 갑자기 반토막이 날 때는 금융위기나 그에 상응하는 위기가 터졌을 때가 일반적이지만, 지수가 오를 땐 50% 정도는 쉽게 오른다"며 "확률상으로 접근하면 스텝업형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전문가는 "스텝업형이나 지수가 떨어지는 것을 기대하는 인버스 펀드 등은 모두 '비관론자'를 위한 특이 상품"이라며 "설령 편입하더라도 소액으로 해야지 주력으로 가져가면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