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감기 예방법'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했다. 첫 화면에 뜬 것은 블로그 5개. 모두 일반 개인이나 상업적인 단체가 올린 편집 정보였다. 다음이나 구글에서 찾아도 결과는 비슷했다. 병원이나 학술 단체, 정부 보건 관련 기관이 올린 공신력 있는 정보는 쉽사리 찾아볼 수 없었다.

미국 검색 점유율 1위인 구글에서 영어로 '감기 예방법(cold prevention)' 키워드를 넣고 검색했다. 첫 줄에 크게 나온 것은 의료 정보 사이트의 감기 관련 정보. 그 바로 아래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감기 예방 관련 정보가 나왔다. 야후 역시 비슷한 결과였다. 의료 전문 서비스와 국립보건원, 그리고 대형 병원인 메이요클리닉의 건강 정보가 나왔다. 공신력이 있고 전문성이 있는 정보가 제일 앞에 나왔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 한국의 주요 사이트들이 검색 엔진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나 산하기관, 전문 연구 단체, 대학 등이 많은 비용을 들여서 다양한 정보를 담은 웹사이트를 만들어놓고도 정작 검색은 되지 않도록 하면서 생긴 결과이다. 원본 정보 검색이 차단된 자리는 광고 노출을 노린 상업적인 블로그나 아마추어들이 임의로 올린 부정확한 정보가 메우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웹사이트들의 검색 차단은 사회 전반의 지식수준까지 저하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난 대피 정보 검색해도 비공식 정보만

한국 인터넷 검색 결과는 재난 사태 관련조차 비공식 정보로 가득 차 있다. 네이버에서 '지진 대처법'을 검색하자, 상업 블로그 내용이 가장 먼저 나왔다. 그 아래로 네이버의 질문답변 서비스 '지식인' 답변 결과, 네이버 카페 게시물 등이 줄줄이 나왔다. 답변 중에는 초등학생이 게시판 이용 점수를 높이기 위해 엉터리로 적어 올린 것도 있었다. 검색 결과를 끝까지 내려봐도 정부나 공공 기관이 작성한 내용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구글에서 영어로 '지진 대처법(earthquake evacuation)'을 검색한 결과는 전혀 달랐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공식 대피 지침,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연구 결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지진 대비 매뉴얼 등 공신력 있는 정보가 가득했다.

이런 결과가 나타난 이유는 재난 관련 주요 정보를 담은 웹사이트가 검색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재난정보센터 웹사이트(www. safekorea.go.kr)는 각종 재난 시 국민 행동 요령을 상세히 담고 있다. 하지만 이곳도 콘텐츠 검색을 차단하고 있다. 이 웹사이트 주소를 미리 알아서 직접 들어가지 않고는, '지진 대처법'과 같은 키워드로 검색해서는 콘텐츠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가치 있는 정보 제공 대가도 고민해야

검색 차단 문제는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면서 더 심각해지고 있다. PC는 화면이 크기 때문에 검색 결과의 아래쪽에 있는 정보도 찾아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는 화면이 작기 때문에 대부분 가장 위에 뜬 정보를 소비한다. 인터넷 검색 엔진은 사람들이 많이 보는 글을 중요한 글로 인식하는 구조로 작용한다. 지금처럼 비공식적인 정보가 계속 제일 위에 노출되다 보면, 공식적인 정보의 검색 차단이 풀리더라도 상업적인 정보가 최상단에 노출되는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 이윤식 네이버 검색본부장은 "국내 웹사이트에도 좋은 콘텐츠가 얼마든지 많지만 검색을 차단한 곳이 많아 사용자들에게 보여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공공 기관들이 제대로 자료를 개방하면 훨씬 양질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보의 무조건 개방은 정답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공공선(公共善)을 위해 정보를 개방한다고 해도 시장 가치가 있는 자료를 무조건 공개할 수는 없다"며 "가치 있는 정보는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구글 등 시장을 지배한 업체가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이들이 정당한 대가를 얻을 수 있는 방법 역시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